김정관 장관, 귀국길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 답변 회피
투자 방식·수익 배분 놓고 한미 입장 차 여전
미국 '일본 모델' 요구… 한국 "수용 어렵다" 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을 찾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귀국길 협상 성과를 묻는 질문에 침묵하며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미 일정을 마친 김 장관은 14일 새벽 5시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김 장관은 협상 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답을 피했다. 보통 성과가 있을 경우 귀국길에 간략하게나마 언급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이번 방미에서 유의미한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내용의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양국은 지난달 말 한미 정상 회담에서도 이 같은 합의 내용을 큰 틀에서 재확인했다. 다만 세부 내용을 명문화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이견을 좁히기 위한 실무 협의가 이어졌지만, 입장차는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8일 워싱턴 D.C.에서 산업부·기획재정부 합동 실무대표단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간 협의가 진행됐지만 핵심 쟁점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김 장관이 직접 러트닉 장관을 만나 합의 도출을 시도했으나,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율이 필요한 사안은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구조다. 현재 양국은 대미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에 정책 금융 기관의 대출 보증분을 포함,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낮추려 하고 있다. 반면 미국 측은 직접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월 24일 오전 11시 30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 진전과 산업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월 24일 오전 11시 30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 진전과 산업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문제에서도 미국은 자국이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국내 기업들이 사업성 검토를 거쳐 결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한국은 자국 기업들의 사업성 검토를 통한 결정을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수익 배분 방식은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다. 미국은 '일본 모델'을 거론하며 투자 원금 회수 전까지는 양국이 수익을 5:5로 나누고, 한국이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한 뒤에는 미국과 한국이 9:1 비율로 수익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일 간 합의는 투자금 회수 전까지 수익을 5:5로 나눈 뒤, 투자금 회수 이후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해당 비율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일본 모델' 수용을 요구했는지에 관한 질문에 "일본 모델이라기보다는 어차피 관세 패키지가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미국 측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지 묻는 말에는 "모두 수용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이 밖에도 농산물, 디지털 등 분야에서 비관세 장벽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조선 등 산업 협력 계획을 내세워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양국이 추가로 요구하는 조건들이 맞물리면서 협상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번 방미 일정에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등 330여 명이 이민 단속으로 체포 및 구금된 사건에 대해 재차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미 이민당국의 태도 변화나 비자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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