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밸리 대학 토론회 중 180m 거리서 저격당해
트럼프 "진실과 자유 위한 순교자"… 조기 게양 지시
미국 정치 폭력 일상화 우려 속 극단 반응까지
![찰리 커크 [위키미디어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2969_241114_438.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측근 지지자 찰리 커크(31)의 총격 사망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며 애도를 표한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상대 진영을 향한 보복 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커크는 이날 유타주(州) 오렘의 유타 밸리대학교 '아메리칸 컴백 투어' 토론회 중 총기 피격을 당했다. 관계 당국은 저격이 180m 떨어진 학교 건물 옥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커크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의 사망 이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내고 14일까지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영상에서 "유타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찰리 커크에 대한 증오 암살에 분노와 비탄을 느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를 "진실과 자유를 위한 순교자이자 애국자"라고 칭하며 "찰리는 수백만 명에게 영감을 줬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위대하고 전설적인 찰리 커크가 세상을 떠났다"며 "미국 청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품었던 사람은 찰리였다"고 추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한 뒤 범행 배경에 '급진 좌파'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급진 좌파는 찰리와 같은 위대한 국민을 나치, 세계 최악의 살인마, 범죄자에 비유했다"며 "이런 수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정부는 이 잔혹 행위와 다른 정치 폭력에 기여한 모든 이를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1993년생인 커크는 고교생 시절부터 우파 정치 활동에 나섰다. 18살이던 2012년 우파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에 좌편향 교과서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사업가 도움을 받아 우파 단체 '터닝포인트 USA'를 공동 창설한 커크는 대학에 입학했으나 1학기 만에 중퇴하고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뛰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2969_241115_752.jpg)
터닝포인트 USA는 빠르게 성장해 기존 대학가 청년 우파 단체를 넘어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얻게 됐다. 850여개 대학에 지부를 둔 이 단체는 대학 캠퍼스에 보수 성향 강연자를 파견하고 이민, 경제 등 문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커크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정치 편향적 교수를 신고하는 운동을 벌이며 '젊은 우파'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 최연소 연사로 나섰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은 45대 대선 기간 트럼프 가족들과 함께 유세를 다녔다. 트럼프 첫 임기 동안 100번 넘게 백악관을 찾으며 친분을 쌓았고,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한 후에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복귀 전략을 논의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는 JD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지했으며, 라라 트럼프를 공화당 전국위원장에 임명하기 위해 전임 위원장의 사퇴를 이끌었다.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자 정부 인사까지 관여하는 등 최최측근으로 활동했다. 커크는 지난 5일 한국 고양시에서 열린 기독교 행사에 참석, 현 정부의 교회 단속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미국 사회는 이번 사건이 "정치 폭력의 일상화를 보여준다"며 후폭풍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정치 폭력이 일상처럼 됐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두 차례 암살 위기를 겪었고, 지난 4월에는 민주당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6월에는 미네소타주에서 민주당 주의원 부부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한 미국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미국이 다시 폭력적인 시기에 들어섰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진다"며 "미국에는 총기 문제가 있고, 온라인에서의 급진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이용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보복이 어떻게 전개될지 우려스럽다"며 "커크가 트럼프의 '정치적 순교자'가 돼 권위주의적 탄압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커크가 방문했던 유타 밸리대에서는 그의 행사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반대 청원이 벌어져 1000명 가까이 서명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커크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총기 폭력을 두고 "매년 총기에 따라 발생하는 사망 중 일부는 수정헌법 2조를 위해 치를 가치가 있는 비용"이라고 언급했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