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원 의원 국회 정보위 보고
국정원 법률특보 '테러 지정하지 말 것' 건의 보고서 확인
김 전 특보, 김건희 총선 공천개입 핵심 인물
테러 발생 40분만에 경찰의 '현장 물청소'도 의혹 증폭
피습 때 흉기 관통 흔적 와이셔츠, 폐기 직전 수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에서 신원미상인에게 습격을 당한 뒤 쓰러져 있다. [유튜브 정일영 TV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에서 신원미상인에게 습격을 당한 뒤 쓰러져 있다. [유튜브 정일영 TV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1월 부산에서 테러범 김진성에 의해 칼로 공격을 받아 목 부위 경정맥 자상 손상을 입은 테러 사건에 관해 당시 김상민 국정원 법률특보가 '테러'로 지정하지 말 것을 건의한 보고서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법률특보는 전 대통령부인 김건희 씨가 명태균 씨에게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라며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던 인물로 김 여사의 측근이자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사이기 때문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2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의 특별감사 중간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테러로 지정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며 테러 지정을 하지 말 것을 건의하는 김 전 특보의 보고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정원 기조실 법률처에서는 만약 검찰이 테러(혐의)로 기소했다면 테러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특보는 지난해 4·10 총선 때 경남 창원 의창 국민의힘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뒤 국정원 특보로 채용됐다. 김건희 여사가 김 전 특보를 창원 의창에 출마시키고자 힘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특검이 수사 중이다.

박 의원은 "국정원이 경찰에 습격범 조사 내용 공유를 지속해서 요청했지만, 부산 경찰 측에서 접근 자체를 거부했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당시 '피해는 별로 없는데 이 대통령이 오버(over)하고 있다'는 프레임 전환과 관련해 적어도 국정원은 무관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의창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의창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전 특보를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수사선상에 올려둔 상태다. 김 여사와의 인연 등을 고려하면 그가 이번 수사의 '키맨'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특보는 김 여사가 연루된 여러 공천개입 의혹 중 지난해 4·10 총선 개입 의혹에 등장한다. 김 여사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선거구인 경남 창원 의창 지역에 김 전 검사를 출마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 전 검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 부장검사로 일하던 현직 검사 신분으로 극히 이례적인 해당 지역구 공천을 신청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사로서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고 처신의 적절성이 도마에 올랐다.

김 전 의원을 도왔던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는 김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창원 의창구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게 지원하면 선거 이후 장관이나 공기업 자리를 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해왔다.

김 여사 측 압박을 못 이긴 김 전 의원은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던 김해갑으로 옮겨 출마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김 전 검사와 함께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후 김 전 검사는 국가정보원 특별보좌관으로 채용됐다.

김 전 검사는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중앙지검 특수3부에 있었고, 2019년 윤석열이 정치권으로 옮겨가게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명씨는 '김건희와 마지막 텔레그램 통화 48분'이란 제목의 통화록 복기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김 여사는 "김상민 검사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라며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 전 검사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수십 차례 드나들며 저녁 식사를 함께할 정도로 사이가 가깝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테러 현장을 생수로 청소하는 부산경찰청 관계자들.
테러 현장을 생수로 청소하는 부산경찰청 관계자들.

한편, 지난해 일어난 이재명 당시 대표를 향한 테러 사건은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러 논란으로 정치권과 시민계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 시도"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부산경찰청 관계자들은 테러 발생 40분 만에 생수를 들고 와 이재명 당시 대표가 흘린 혈액이 낭자한 바닥을 청소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는 일반적인 형사 사건에 대한 대응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일반적인 경우 범행에 대한 기본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현장을 철저하게 보존한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미 범행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였다"며 "시민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인 점을 고려해 현장책임자(부산 강서경찰서장) 판단 하에 현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물 청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사건 발생 후 1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물청소를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청의 ‘범죄수사규칙’에도 크게 어긋난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가 공개한 경찰청의 ‘범죄수사규칙 제168조(현장보존)’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죄가 실행된 지점뿐만 아니라 현장 보존의 범위를 충분히 정하여 수사자료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경찰관은 현장을 보존할 때에는 되도록 현장을 범행 당시의 상황 그대로 보존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심지어 ▲경찰관은 부상자의 구호, 증거물의 변질·분산·분실 방지 등을 위해 특히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현장에 들어가서는 아니된다는 조항도 있다.

흉기로 관통된 이재명 대표 와이셔츠 옷깃. [부산경찰청 제공]
흉기로 관통된 이재명 대표 와이셔츠 옷깃. [부산경찰청 제공]

아울러 범인 김진성의 칼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치명상을 입을 뻔한 정황을 보여준 피 묻은 와이셔츠를 경찰이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가, 논란이 되자 수사 사흘 만에 진주의 의료용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발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자칫 폐기될 뻔했던 사건이다.

이 대표의 혈흔이 묻은 것으로 확인된 와이셔츠에는 피습 당시 아찔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김씨가 찌른 흉기 끝이 와이셔츠 옷깃에 길이 1.5㎝, 내부 옷감에 길이 1.2㎝ 구멍을 내고 관통한 뒤 이 대표 목에 길이 1.4㎝, 깊이 2㎝ 자상을 내고 내경정맥 9㎜가 손상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 결과 발표 때 이 사실을 공개하며 김씨 흉기가 와이셔츠 옷깃이 아닌 목을 그대로 찔렀다면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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