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행정 중심 안전, 재해 위험 높여"
"공기 단축, 작업시간 축소, 일정 압박 용납 안해"
"포스코 사망자 87.5%가 하청 노동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포항제철소 4고로 풍구에 화입을 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포항제철소 4고로 풍구에 화입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STS(스테인리스스틸) 제강공장에서 슬러지 청소작업 중 일산화탄소로 추정되는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 사고로 2명이 의식불명 상태인 가운데, 포스코 대표 교섭 노동조합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안전의 주체로서 회사의 안전 방관을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노조는 24일 성명을 통해 "그룹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를 통해 노동자 목소리를 반영한 가시적 대안을 마련하던 중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중대재해 원인을 뿌리부터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의지를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날 때마다 회사는 현장 지킬 사람과 시간도 없는데 현장 지킴이 배치 강화를 반복하는 행정 중심 안전으로 오히려 재해 위험을 높인다"며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보고형 대책만 되풀이한다면 재해는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노조는 "노동자 판단권을 무력화하는 공기 단축, 작업시간 축소, 일정 압박과 같은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포스코가 안전중심 기업으로 거듭나는 순간까지 노조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민주노총 경북본부 포항지부와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정의당은 이날 포항제철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반복되는 포스코의 불법파견과 죽음의 외주화가 만든 구조적 참사"라며 전면적인 안전대책 마련과 직접고용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0일 발생한 사고 위치가 평소 가스가 나오지 않는 구간이지만 작업구간(피트) 하부 또는 노후 배관을 통한 가스 유입 가능성이 있는 장소였다며 작업 전 가스 측정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환기 조치나 보호구 지급 등 기본 안전 조치가 부족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당시 외주업체 노동자들은 작업 구간에 있던 1전로와 2전로 모두 셧다운(가동중단) 상태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1전로가 가동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평소에는 작업 전 안전점검 회의(TBM)에서 설비 가동 정보를 전달했지만, 이날은 이 같은 안내 자체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포스코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파견을 금지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채 수십 년간 도급·하청 구조를 운영해 왔다"며 "불법 파견이라는 포스코의 구조적 불법이 만들어낸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에서 지난 2016년 사망한 12명, 2018년 7명, 2022년 5명, 올해 5명 모두 하청 노동자이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포스코의 사망자 87.5%가 하청업체 노동자"라며 "이 정도라면 포스코는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렇게 매년 포스코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지만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하청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전가해 왔다"며 "정부는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포함된 독립된 진상기구를 구성해 포스코의 구조적 원인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헸다.

임용섭 금속노조 광전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은 "기업의 제도적 구조적 문제, 책임회피, 인간생명을 경시하는 문화를 개선하지 않는 포스코가 저지른 살인"이라며 "포스코는 더 이상 노동자들의 안전에 있어서 차별당하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성역 없는 조사 보장, 수사당국의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것과 철저한 수사,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등을 요구했다.

또한 포스코 내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 고용, 제철소의 노후 설비·배관 등 위험 설비 전면 진단과 구조 개선을 위한 실행방안 마련 공개, 노동자가 위험을 공유하고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보장, 사고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전면적인 치료·배상·지원 등도 요구했다.

한편, 지난 20일 포항제철소 STS 4제강공장에서 슬러지(찌꺼기) 청소를 하던 50대 용역업체 직원 2명과 현장에 있던 40대 포스코 직원 1명이 유해가스를 마셔 중태에 빠졌고 출동한 포스코 소방대 방재팀원 3명도 구조 작업 중 유해가스를 마셔 다쳤다.

이와 더불어 지난 5일에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포스코DX의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4명 중 1명이 화학물질에 노출돼 사망하고 나머지 3명은 화상을 입었다.

심지어 올해 3월에도 포항제철소 냉연공장에서 포스코 자회자인 포스코PR테크 직원이 수리 작업 중 설비에 끼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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