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韓 노동자 무사 귀국
한국인 316명, 외국인 14명 탑승
가족에 안부 전화, 취재진에 손 흔들기도
강훈식 비서실장 "더 빨리 모시지 못해 송구"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미국 조지아주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 체류 단속으로 체포·구금됐다가 풀려난 한국인들이 탑승한 전세기가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구금된 지 8일 만에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지난 11일 오전 11시 38분(현지시간)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이날 오후 3시 23분에 인천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전세기에는 ICE의 구금 해제 후 자진 출국을 택한 한국인 316명, 외국인 14명(일본 3명, 중국 10명, 인도네시아 1명) 등 총 330명이 탑승했다. 전세기가 활주로에서 주기장으로 이동한 후 근로자들은 탑승교를 통해 하나 둘씩 걸어 나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전세기에서 내린 근로자들을 탑승교 앞에서 맞이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구금과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지친 모습이었지만, 입국장을 나오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일부 근로자들은 전세기에서 내리자마자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美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ICE 영상 캡처]
美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ICE 영상 캡처]

지난 9일 애틀랜타로 급파됐던 박윤주 외교부 1차관도 같은 비행편에 탑승해 입국했다. 박 차관은 애틀랜타 현지에서 현장대책반과 본부에서 파견한 신속대응팀 등의 현장 대응과 실무 교섭 등을 지휘했다. 8일 워싱턴DC로 출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도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앤드류 베이커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등과 회동을 통해 구금 사태를 매듭짓고, 12일 오후 5시30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현장에서 "더 빨리 고국으로 모시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라는 뜻을 전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내 가족과 내 친구에게 벌어진 일을 해결한다는 자세로 구금된 우리 국민을 한시라도 빠르게 모시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하루하루 노심초사하고 잠을 못 자면서 소식을 기다린 가족들과 한 마음으로 이를 지켜본 국민 여러분들께도 이제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푹 쉬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복귀한 분들이 일상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심리 치료를 하는 방안도 관심을 갖고 살펴 보겠다"고 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풀려난 한국인들은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지 8일 만에 고국 땅을 밟게 됐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풀려난 한국인들은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지 8일 만에 고국 땅을 밟게 됐다. 

강 비서실장은 아울러 "미국과의 업무는 끝났다고 생각할 때가 새로운 시작"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비자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서 미국 비자 발급과 체류 자격 시스템 개선을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들이 미국 재입국 등과 관련해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들의 출국 형태는 미 이민법상 '자진 출국'(Voluntary Departure)이다. 최악의 상황인 '추방 명령'(Deportation Order)은 피한 것이다.

자진 출국하는 한국 근로자 중 일부는 이번 단속으로 중단된 공장 건설 등을 재개하기 위해 미국 재입국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때 입국에 제한받을지를 놓고 한미 외교당국은 전날까지 협상을 벌였다.

협상 결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백악관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이들의 미국 재입국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루비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답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보증 아래 한국 근로자들의 미국 재입국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근로자들의 석방을 잠시 보류하면서 그 이유로 '숙련된 한국 인력'이 귀국하지 말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현지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특파원 대상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국민이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불이익이 없게 해주겠다는 것과 (의미가) 같다고 저희는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기업 근로자들의 미국 입국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비자 발급 개선을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HL-GA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에 짓고 있는 생산시설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추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대미 투자도 순조로울 수 있다는 데 양측이 공감한 결과다. 앞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민 정책 총괄인 국토안보부와 투자 유치 담당인 상무부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