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론스타 상대 ISDS 판정 취소소송 승소로 뒤집어
'산업자본' 론스타에 특혜 매각 논란...경제 관료들 수사 대상
헐값 매각 논란에 수사 나선 검찰...윤석열·한동훈 등 '스타덤'
수사→괴롭힘 배상하라 반격→정부의 재반격 '13년 드라마'

지난 2003년 벌어진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옛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졌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앞서 언급한 ISDS 중재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 신청 사건'에서 승소했다.

19일 은행계와 관가에 따르면,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는 13년을 끌어온 론스타와의 지난한 다툼을 승리로 마무리하게 됐다.

◆ 총리 "현재 환율 기준 4000억원 배상판결, 모두 취소"...대통령실 "환영"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8일 론스타와 끌어온 13년 법정 공방에서 우리 측이 최종 승리한 것에 대해 환영 논평을 냈다. 사진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하던 당시의 모습이다. [사진=강유정 의원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8일 론스타와 끌어온 13년 법정 공방에서 우리 측이 최종 승리한 것에 대해 환영 논평을 냈다. 사진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하던 당시의 모습이다. [사진=강유정 의원실]

앞서 18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브리핑에 나서 "정부는 오늘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김 총리에 따르면,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31일자로 나온 중재 판정에서 인정했던 '정부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2억1650만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의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이로써 당초 우리 정부에 짐지워졌던 '현재 환율 기준 약 4000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은 모두 소급해 소멸한다"고 부연했다. 총리실 측에서는 일단 내려졌던 ICSID 판정에 따라 4000억원을 거론했지만, 처음 제기 단계에서 론스타 측이 요구했던 바는 6조원대에 이르렀고, 13년 전의 충격 때문에 이 사건을 많은 이들이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중재사건'보다 '론스타 6조 소송'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통령실도 환영 메시지를 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ICSID가 기존 중재판정부의 론스타 승소 판정을 취소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정부에 전혀 위법행위가 없었음에도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기존 중재판정의 오류가 바로잡혔다"고 평가했다. 

◆ 총리실 "모두 소급해 소멸"...4000억 규모 승리? 처음엔 '6조 소송'

법무부 공직자 일각에서는 이번 중재 판정에 대한 취소 판결에 대해, 론스타가 다시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신중론과 우려도 잠시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결국 검토 끝에 13년 만의 종결로 '불가역적'이라는 다수의 논리 설명에 동의하는 기류로 결론지어졌다는 것.

법무부 관계자는 "(승소에) 가장 주효했던 것은 절자적 이슈였다.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위반한 상당히 중대한 점들이 있었고, 이를 취소위에 어필한 한국 정부의 설명이 받아들여져, 취소 신청 인용이 나온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론스타 게이트는 검찰과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 특히 시대에 따라 여러 당이 얽히고 첨예하게 입장이 다른 상황을 연출한 지루한 드라마였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분 51%와 경영권을 인수 및 매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논란 및 사건들의 통칭이지만, 내용이 상당히 복잡하다.

◆ 론스타 처음엔 '6조 소송'...특혜 논란 수사→괴롭힘 배상 요구 반격→정부의 재반격 '장편 드라마'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외환은행이 부실화됐다. 정부는 인수할 곳을 찾고 있었는데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가 후보로 떠올랐다.

문제는 당시 우리나라 은행법상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판단 문제. 당시 일부 경제 관료는 금융자본만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는 원천적 한계를 풀고 론스타 펀드에 외환은행을 넘기기 위해, "자기자본비율(BIS)이 8% 이하인 부실기업이면 '산업자본'도 인수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에 주목했다.

구 외환은행 본점 자리. 론스타에 매각됐던 외환은행은 이후 하나은행의 가족이 됐다. 이 거래로 하나금융그룹은 다소 앞서 있던 우리금융그룹을 확고히 제치고 3위권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건물은 현재는 하나금융그룹 본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임혜현 기자]
구 외환은행 본점 자리. 론스타에 매각됐던 외환은행은 이후 하나은행의 가족이 됐다. 이 거래로 하나금융그룹은 다소 앞서 있던 우리금융그룹을 확고히 제치고 3위권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건물은 현재는 하나금융그룹 본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임혜현 기자]

즉, 경제 관료들이 이 BIS 비율을 오인 내지 오해를 바로잡을 법적 책무를 게을리하거나 고의로 눈감고 론스타의 인수를 도왔다는 논란이 일었다. 결국 론스타는 2003년 10월 인수에 나섰다. 

이후 2004년 2월부터 외환은행의 주가가 폭등했고 이로 인해 론스타가 1조원의 평가이익을 챙기게 됐다. 검찰에서는 이에 주목, '헐값 매각 의혹'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검사 20명, 수사관 80명의 대형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검사 중에는 '특수통'으로 유명했지만 결국 형사재판 피고로 전락한 박영수(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특별검사)씨, 후에 검찰총장이 되는 채동욱씨, 윤석열 당시 검사(이후 대통령 역임 후 '탄핵'당함), 한동훈 당시 검사(이후 법무부 장관), 이복현 당시 검사(이후 금융감독원장을 지냄) 등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대거 포진했다.

론스타의 반격이 시작됐다. 론스타 측은 이 같은 검찰 수사가 정부의 괴롭힘이라는 프레임에 착안, ▲ 자신들이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인수했는지 여부에서 검찰의 공격이 곡해였는지 진실인지가 대단히 큰 문제이며 ▲자신들이 다시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부 측 태도가 방해가 돼 손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거액을 배상할 필요가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는 투트랙 공세를 폈다.

실제로 론스타는 헐값에 사서 구 외환은행 주가 상승으로 큰 이익을 봤다. 이후 여러 매각 협상이 수면 아래로 진행되던 끝에 결국 하나은행 측에서 인수를 매듭지었고, 이는 하나은행 등이 지금 굴지의 하나금융그룹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즉 론스타는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더 비싼 값에 매각할 기회를 잃고 가격까지 내려야 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며 이것이 우리에게는 생소한 국제 소송으로 진행됐다. 이 사건을 맡은 ICSID는 2022년 8월 31일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에 해당하는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당시 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후 한국 정부는 ICSID 판정부의 월권 및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이 있었다는 이류로 판정 취소와 함께 집행정지를 구하는 '재역공'을 단행했다. 결국, 이의신청에서 정부가 승리하며, 13년 만에 법적 다툼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골자의 소송은 우리 같은 독일법 체계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절차적 '하자'를 대단히 문제로 보며, '실체적 진실' 못지 않게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글로벌 분쟁의 법리적 주도권은 바로 영미식 법조 프레임에 의해 지배된다. 우리 정부가 이를 정확히 공략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한 것은 대단한 공로이며, 이 몫은 이재명 정부 법무부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애초 론스타가 건 국제 분쟁에서 윤석열 정부 당시의 법무부가 얼마나 잘 대처했는가와는 별개로 살펴볼 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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