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0억 불법자금 세탁 적발...텔레그램으로 계좌 모집·금융기관 직원도 가담
![[사진=경기남부경찰청]](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7995_276914_3616.png)
보이스피싱·사이버도박 자금 세탁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은행 콜센터 직원 등 금융기관 종사자가 대포통장 거래 상대 계좌 조회를 돕는 등 조직에 협력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4일 경기남부경찰청(청장 황창선)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보이스피싱·사이버도박 등 불법 자금을 관리하는 세탁조직(가상집)에 제공한 대포통장 유통 조직(장집)의 총책 등 총 5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7명은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2023년 6월~올해 10월 17일 텔레그램 채널 등 온라인에서 개인 명의의 계좌를 모집했다. 또 이렇게 유통한 101개의 대포통장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사이버도박 자금 등 1150억 상당의 불법자금을 세탁했다.
특히 조직원 중에는 총책의 지시를 받아 대포통장 거래 상대방 계좌정보를 조회해 준 금융기관 종사자(은행 콜센터 직원)까지 포함돼 있었다.
범죄조직은 텔레그램 채널에 '은행 직원 모집, 당사자만 조심하면 절대 걸리지 않음' 등의 모집 글을 게시해 금융기관 종사자를 범죄 조직에 데려왔다.
또 불법자금 세탁조직이 사용 중인 대포통장에 다른 세탁조직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의 소액을 고의로 송금하게 했다. 금융기관 종사자를 통해 송금 계좌를 확인하고, 동액 상당을 돌려준 것이다. 이는 피해신고에 따른 대포통장의 거래가 정지될 것을 방지할 목적이었다.
게다가 불법자금 세탁조직은 사용 중인 대포통장의 거래내역을 상시 관리하면서, 입금액 반환을 위해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입금 계좌번호 조회를 의뢰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돼 통장이 거래정지 될 것에 대비해서다.
총책은 금융기관 종사자가 은행 전산망을 통해 확인한 입금 계좌를 세탁조직에 제공, 통장의 거래정지를 방지했다.
이 범죄조직은 대포통장 유통 조직인 A장집과 B장집으로 구성돼 있다. A장집은 B장집의 모체로, ▲관리책 ▲출동팀 ▲상담팀 ▲수거팀 ▲모집팀으로 각 업무를 분담해 왔다. 특히 A장집은 텔레그램 채널 '하데스 카페' 등 온라인에서 가장 조회 수가 많은 큰 장집으로, A장집 조직원이 B장집을 신설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개인장을 매입, 계좌 명의자에게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받은 대포통장을 불법자금 세탁 조직에 유통했다.
온라인에는 '명의자와 서로 도움이 되면서 매달 월세를 주겠다'는 등 홍보 글을 게시하고. 계좌 명의자의 인출·도주 등 일명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최근 음식 주문내역, 가족 계좌번호 등의 정보를 사전에 받아뒀다.
여기에 계좌 명의자가 불법 자금을 인출·도주할 경우 '직접 체포하거나 경찰에 익명 제보, 텔레그램 채널에 인적사항 박제' 등 내용을 텔레그램 채널에 공지해 겁박했다. 또 수사기관에 출석할 경우 조사 매뉴얼, 벌금 대납 제공 등 회유책을 준비해 관리하기도 했다.
이들이 대포통장을 넘기는 대가로 계좌 1개당 300만원과 일일 사용료 13만원이었다. 총 범죄수익은 A장집 17억원, B장집은 2억원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청은 지난해 12월 경 B장집에서 탈퇴한 관리책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했다. A장집 총책이 보복 목적으로 먹튀자 30명의 신분증, 통장 관련 대화내역 등 자료를 제공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이어 개설책 8명 명의의 11개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유통된 증거를 확보, CCTV 영상과 통화내역 비교해 총책 2명 등 조직원 10명을 검거했다. 이와 함께 확보한 압수물에서 60개 대포통장이 유통된 사실 확인한 뒤 개설책 38명을 추가 특정·검거했다. A장집 수사 중 B장집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는 A장집 총책, 관리책 특정 단서를 포착해 총책 등 조직원 10명을 잡아들였다.
경기남부청은 총책 등 구속 수사 중 개설책으로부터 특수강도 및 공동강요 피해 진술을 청취하고, 동영상 등 증거 자료 확보해 추가 인지도 했다. 이와 함께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금융기관 종사자의 범행 가담 사실 확인해 근무 중인 금융기관 종사자도 긴급 체포했다.
경기남부청은 검거된 조직원 58명에게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했다. 이들에게서 시가 6억4000만 원 상당의 롤스로이스 등 고가 차량·귀금속을 압수했으며, 17억5200만원의 기소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2억원은 기소전 추징보전을 마쳤다.
경기남부청 형사기동대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 자금세탁에 이용되는 대포통장 등 범행 수단 차단을 위해 대포통장 유통조직 조직원, 개설책 등에 대한 지속적·집중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좌대여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범죄조직과 연루돼 중하게 처벌될 수 있다"며 "범죄조직의 폭행·협박, 금전 요구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금전적 유혹에 빠져 접근 매체를 타인에게 양도·대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