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간담회서 AI 문제은행·런투언 등 혁신시스템 조기상용화 약속
업계 "혁신 반갑지만 본질 교육 소홀 우려"…민원 급증 속 내부통제 강화 촉구

보험연수원은 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하태경 원장 1주년 취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보험연수원은 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하태경 원장 1주년 취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하태경 보험연수원 원장이 연수원을 'AI와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선도하는 AI 신금융 교육기관'으로 만들겠다며 발빠른 혁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민원 급증에 따라 금융당국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보험 본질 교육 약화와 내부통제 소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1일 금융권에서는 하 원장 발언의 맥락을 잘 살펴 업권과 우리 사회가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뿐 아니라 온 국민이 들을 수 있는 교육 만들 것"

이날 하 원장은 자신의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AI 문제은행을 기반으로 학습AI를 개발해 조기 상용화하는 한편, 공부가 수익이 되는 런투언(learn to earn)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취임 이후 AI 기반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왔으며, 이를 보험은 물론 크립토와 연계시켰다. 

연수원은 지난 9월 20일부터 금융권 최초 디지털자산 리터리시 전문 강좌 '크립토 스쿨' 리터리시 과정 1기를 개시했다. 크립토 스쿨은 보험연수원이 출시한 보험산업 종사자들에게 암호화폐를 의미하는 크립토를 단순 투기가 아닌 혁신 기술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함양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강의는 이달 25일까지 약 4주간 14시간 과정으로 이뤄진다.

또 이에 앞서 올해 7월에는 크립토 스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오태민 한양대 비트코인화폐철학과 교수를 크립토 스쿨 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교육내용뿐 아니라 과정에서의 혁신 기술 적용도 계획하고 있다. 하 원장은 "연수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험 관련 자격의 검정시험 문제와 데이터를 AI 문제은행에 체계적으로 축적하겠다"며 "또 이를 학습한 대형언어모델(LLM)을 실무·시험 대비 학습 도우미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한 학습 AI 모델을 다른 교육 및 시험 출제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오는 2026년 상반기 중 상용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실제 혜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상 구조를 마련, 학습 토큰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공부가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만들겠다"며 "연수원에서 실시하는 크립토 교육 내용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크립토 교육을 이수한 학습자가 문제풀이 등 학습 활동을 할 때마다 런투언 포인트(토큰)를 적립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 원장은 '평생학습시대, 시민수익공유경제 모델 구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는 "학습AI와 학습토큰을 통해 보험업 종사자와 금융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고품질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 학습 데이터를 통해 이익을 나누는 시민수익공유경제 모델 구현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연수원은 하 원장의 행보가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연수원 전체 교육생이 전년 동기 대비 1만7000여명(6.7%)이 증가해서다. AI로 인해 예상되는 '인간소외'나 불평등의 위기를 인간답고 평등하게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 원장은 기존 연수원 정규사업과 별도로 사내벤처 형태로 전담조직을 꾸려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의 AI 진흥을 통한 경제 혁신 전략에 발맞췄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연한 의사결정과 빠른 개발·실험이 가능한 스타트업처럼 운영해 혁신 속도를 높이고,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며 "이를 통해 본원의 안정적 교육사업과 혁신적인 미래 사업이 선순환하며 공존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하 원장 이례적 행보에 '전문성 저하·본질 혼탁' 우려

다만 일각에서는 전통적 보험 교육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연수원은 업권이 공동 출자에 운영되는 전문 인력 양성 기관으로, 보험설계사 자격 시험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혁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이 생기면 보험영업인들의 영업력 제고에 도움이 되겠지만, 오히려 기존 보험교육의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하 원장은 불완전판매과 업계 내부통제 강화 사업 전개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보험시장이 상당히 포화돼 있고, 각 기업 내부 교육체계도 잘 갖춰진 상황"이라며 "향후 생존 전략을 어떻게 할 건지 계속 고민하며 보험만 깊이있게 파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 융합 AI 융합 교육을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보험의 본질이 소비자 보호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현장점검 등을 통해 내부통제가 책무구조도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살펴보겠다며 "관련 내부통제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9월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민원 접수 및 처리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접수 건수는 5만7359건 중 49%가 보험 관련이었다. 손해보험은 2만1452건으로 전체의 37%, 생명보험은 6685건으로 12%를 차지했다. 특히 손해보험 민원은 전년 동기 대비 9.1%(+1784건)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만큼 금융권 가운데 민원이 가장 많은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긴장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강화에 선제 대응하는 등 금융당국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 전속 설계사의 경우 회사 내규에 따라 통제가 가능하지만, GA 설계사들은 위촉된 개인사업자와 다름이 없기 때문에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며 "사실상 무법지대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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