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전망 기대 이하.…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6% 급락
트럼프 관세 폭탄 예고에 시장 혼란…멕시코·캐나다·유럽 등 전방위 압박
외국인·기관 매도세 확대…원·달러 환율 1463원대 치솟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미국 기술주 급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본격화 조짐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 확산으로 3% 이상 떨어진 채 한주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20원 이상 치솟았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36.14p(1.38%) 내린 2585.61로 출발, 하락폭을 키우며 장 초반 전날보다 2.0% 낮은 2569.02까지 밀렸다. 코스피가 장중 26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17일 이후 처음이다. 이후 낙폭은 더 커졌다. 전장보다 88.97포인트(3.39%) 내린 2532.78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6.89포인트(3.49%) 떨어진 743.96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1조557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2022년 1월 27일(1조7141억원) 이후 3년1개월여 만에 가장 많은 하루치 순매도 규모다. 외국인들은 지난 20일 이후 7거래일 연속 '팔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기관도 615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에 힘을 보탰다. 개인은 2조원 넘게 순매수에 나섰다.
이날 국내 증시는 간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78% 급락하는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여파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45% 하락했고, S&P500 지수는 1.59% 떨어졌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낙폭이 컸다.
엔비디아 실적 전망이 악재로 작용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분기 실적에서 이익 전망치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가 8.5% 급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6.09% 폭락했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2조9420억달러를 기록하며 3조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매출 총이익률 하락을 문제 삼았다. 엔비디아는 오는 2~4월 매출이 400억 달러를 넘고 총마진율은 70.6%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전년 회계연도 75% 마진보다 낮은 수준이다. 젠슨 황 최고 경영자(CEO)는 관세 문제가 불확실한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예정대로 3월 4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 부과와 4월 2일 상호관세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불과 하루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 부과 시점을 '4월 2일'이라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했다. 이와 함께 유럽에 대한 전 품목 25% 관세 부과, 자동차·의약품·반도체 등에 대한 25% 관세 부과, 철강·알루미늄·구리·금속에 대한 25% 관세 부과 등 추가적인 관세 정책도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경기 둔화 신호도 우려를 키웠다. 이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연초 이후 최고치인 24만2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22만5000명을 웃도는 수치다. 미국의 고용 시장 둔화는 이번 주 발표된 미국 소비자 심리지수 부진, 미국 소매 판매에 더해 현지 경기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확대시켰다.
이처럼 미국발(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강화됐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020억원, 186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4620억원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43.0원)보다 20.4원 오른 1463.4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1460원대에서 마감한 건 4일 이후 24일 만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 마감했다. 두산(-9.03%), 한국전력(-8.57%), 한화에어로스페이스(-8.47%), 에코프로머티(-7.95%), 삼성중공업(-7.12%), LG화학(-6.57%)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발 쇼크로 주가가 각각 4.52%, 3.20%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엔켐(-13.5%), 레인보우로보틱스(-12.74%), 에코프로비엠(-11.19%), 클래시스(-8.68%), 대주전자재료(-7.79%), 이오테크닉스(-7.63%)가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세 정책 실행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이 금융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봤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되면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정책 현실화가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해 예정된 관세 정책들이 모두 시행될 경우 미국 경기마저 타격을 받으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