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금값, 지난해 이어 고공행진… 올해만 11% 급등
중앙은행들 3년 연속 1000톤 이상 매입… 수요 폭발적 증가
자동차 등 산업 전반 타격 우려... 車 한대당 1500달러 인상 전망
![서울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fee/202502/220199_225784_2947.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안전 자산인 금과 은은 물론 산업용 금속인 구리 가격까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4월물은 전일 대비 1.7%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2936.9달러를 기록했다. 금 현물 가격도 29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30% 가까이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1%가량 상승한 것이다. 은 가격도 연초 이후 10% 이상 올랐다.
최근 금·은 가격 상승세는 중앙은행의 매입량 증가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더해진 결과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1000t 이상의 금을 매입했으며, 미국 대선 직후인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4% 급증한 333톤을 사들였다.
통상 금은 금리,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그러나 고금리·강달러 환경에서도 금값은 이례적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부과가 금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금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금 가격이 껑충 뛰면서 은에 대한 대체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은은 금과 함께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다. 전기 전자, 태양광, 금속합금 등 산업용 수요 비중이 절반에 달해 글로벌 제조업 경기와 동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통 안전자산 선호 환경에서는 금, 인플레이션 헤지에서는 은 가격 성과가 우수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2/220199_225785_307.jpg)
금·은뿐만 아니라 구리 시장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COMEX 구리 선물 가격은 런던비철금속거래소(LME)보다 톤당 800달러 넘게 높은 프리미엄이 붙으며 톤당 1만 달러를 돌파했다. 관세 발효 전 재고를 확보하려는 미국 거래자들의 수요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가격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철강, 알루미늄 시장도 부침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 세계 철강, 알루미늄 수입품에 2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포커스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철강 가격은 톤당 704달러로 지난해 12월 대비 2.3% 상승했으며, 1월 31일 기준 철강값은 한달 전보다 4.4% 상승한 톤당 740달러에 거래됐다.
철강, 알루미늄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관세가 부과됐다. 그러나 이는 일부 철강업체에만 도움이 됐을 뿐, 미국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2018년부터 4년간 미국산 철강은 15억 달러, 알루미늄은 13억 달러 늘었지만 자동차 등 원가 인상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생산량을 34억8000만 달러 가량 줄였다고 분석했다.
딘 베이커 영국 경제정책연구소(CEP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 자동차를 사용하는 모든 품목의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며 "자동차 한 대당 1000~1500달러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0 시대의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경고하며 귀금속 섹터 투자 비중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연준의 통화 정책에서 '긴축'으로의 선회가 없는 한, 금과 은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관세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또 한 번의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