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첫 시추서 성공하는 경우 거의 없어… 긴 호흡으로 봐야"
민주 "최고급 GPU 3000장 살 돈으로 한 번 찌르고 멈춰"
석유공사 자원개발사업 손실률 65%… 추가 시추 '난항' 예고

동해 심해 ‘대왕고래’ 유망구조의 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 위치를 조정하고 있는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의 모습. [석유공사 제공]
동해 심해 ‘대왕고래’ 유망구조의 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 위치를 조정하고 있는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의 모습. [석유공사 제공]

정부가 추진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 시추가 경제성 부족으로 실패로 돌아가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왕 사기극'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한국석유공사는 시추 비용으로 500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지난 7일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여권·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한 최고급 그래픽 처리장치(GPU) 3000장을 살 수 있는 돈을 '대왕 사기' 시추 한 번 하는 데 다 털어 넣었다"고 질타했다. 시추에 투입된 예산 1040억원으로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 GPU인 'H100' 3000장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소추됐으니 이쯤에서 끝난 것"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윤석열 눈치 보면서 나올 때까지 1000억원씩 낭비하며 시추공을 계속 찔렀어야 할 뻔했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기극 예산이 깎인 것을 계엄 명분으로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왕고래 1차 시추에서 양질의 저류층과 두꺼운 덮개암, 셰일층을 확인했으나 탄화수소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대왕고래는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 동해안에서 발견한 7개 유망 광구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여당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원 관련 부분은 긴 숨을 보고 해야 한다"며 "시추를 더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실망할 필요 없다"며 산업부 고위 관계자를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역시 "일반적으로 첫 번째 탐사 시추에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가이아나는 14번, 동해가스전은 1987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넘는 기간 동안 11번의 탐사 시추 끝에 성공했다"고 반박했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홍게통발어민들이 탄 어선들이 동해심해가스 석유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1차 시추작업 지점인 포항 앞 바다에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앞에서 어장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경북 포항시 구룡포홍게통발어민들이 탄 어선들이 동해심해가스 석유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1차 시추작업 지점인 포항 앞 바다에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앞에서 어장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야당은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국회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감사 청구나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산자위는 오는 19일 전체회의에서 관련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1차 시추 실패는 석유공사에 직격탄이 됐다. 석유공사는 1차 시추 비용 1000억원 중 절반인 500억원을 부담했다. 석유공사는 2020년부터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이에 올해 사채 발행 및 장기 차입으로 32억 5100만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석유공사의 자원개발사업 손실률은 65%에 달한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까지 78개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종료하며 총투자액 4조 8100억원 가운데 3조 1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진행 중인 22개 사업 역시 11조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높은 손실률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당은 지난해 단독 처리한 예산에서 관련 항목을 전액 삭감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에도 반영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추경을 통해 대왕고래 시추 예산을 복원해냐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참담한 실패로 끝난 대왕고래 미몽에 국민을 가두려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나머지 6개 구조는 대왕고래와 다르다"며 "다른 깊이에 있는 유망 구조에 대해서는 탐사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메이저 개발 회사의 투자를 받아 2차 시추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1차 시추에서 탄화수소 부존 여부를 밝히지 못해 해외 기업 투자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5~6월 대왕고래 첫 탐사 시추 정밀 분석 결과를 발표한 뒤 추가 시추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해외 투자를 받지 못하면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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