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사태·인명 피해 없었는데 내란이라니" 구속 기소 뒤 첫 입장
"국민 생계·청년 걱정", "뻔뻔한 책임 회피" 여야 공방 가열
설 연휴 후 국힘 의원들 면회 예정… "탄핵 심판 준비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K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KTV 캡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계엄이 왜 내란이냐"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름 끼친다. 파렴치의 끝이 어디냐"고 강력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28일 다른 변호인들과 함께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윤 대통령을 접견한 뒤 윤 대통령 입장을 전했다. 지난 26일 구속 기소 이후 윤 대통령 입장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석 변호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 독재 때문에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판단해 주권자인 국민에게 위기 사항을 알리고자 헌법상의 권한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헌법에 정한 방법으로 해제를 요구함에 따라 즉각 해제했다"며 "모든 게 헌법 테두리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유혈 사태가 있었나. 인명 사고가 단 한 건이라도 있었느냐. 정치인들 단 한 명이라도 체포하거나 끌어낸 적이 있느냐"며 "처음부터 계엄을 오래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계엄을 유지하려면 계엄 상태에서 행정·사법을 어떻게 운영한다는 정치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전혀 준비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처지보다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석 변호사는 전했다. "하루하루가 지내기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추위와 생계에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걱정과 청년들이 현실에 좌절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의 건강을 걱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온 이후 얼굴도 한 번도 볼 수 없었는데 건강 상태가 어떤지 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단]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제 손으로 내란을 일으켜 헌정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경제를 절단 냈으면서 뻔뻔하게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라니 정말 소름이 끼친다"며 "법의 심판대 앞에서도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다니 파렴치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김 여사의 건강 상태 발언에 대해서도 "동정심이라도 기대했다면 꿈 깨라"며 "국민의 뇌리에는 온갖 부정과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김건희·윤석열 부부의 모습만 선명할 뿐"이라며 "사법 절차 지연 꼼수를 멈추는 것이 진정한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설 연휴 이후 윤 대통령을 면회할 예정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인간적인 관계가 깊은 만큼 면회가 허용된다면 찾아가 만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다만 당 내에서는 지도부 차원이 아닌 의원 개별적 판단으로 면회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 의원은 "친분이 있는 목사님께 성경책을 보내달라고 해서 그 책을 보고 있다"며 "탄핵 심판에 대한 준비를 본인 스스로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주변에서 걱정하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오히려 밖에 있는 분들한테 죄송스럽고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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