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분기·연간 기업 실적 발표 시즌 본격 개막
'실적 풍향계' 삼성전자, LG전자 잠정 실적 시장 기대치 하회
"2025년 실적 기대감 높아지는 업종, 종목 주목해야"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제공]

기업들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확대로 부진한 성적표가 예상되면서다.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 LG전자의 4분기 잠정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 잠정 영업 이익 6조 5000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약 30% 감소했고, 시장 전망치 7조 7000억원을 15%나 밑돌았다. LG전자도 14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3% 감소했으며, 연결 자회사 LG이노텍을 제외하면 적자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완성차업계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의 4분기 영업 이익 전망치은 3조 16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8%, 전 분기보다 11.68%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4조원 안팎이었던 전망치는 최근 3조원대 초반으로 하향됐다. 글로벌 도매 판매 감소,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판매 보증비 증가 등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도 4분기 영업 이익이 2조 76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5% 증가했으나, 전 분기 대비로는 4.02% 감소했다. 연말 환율 변동에 따른 회계적 요인이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계도 전기차 캐즘과 함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액 공제로 영업 이익을 유지하던 LG에너지솔루션은 4분기 영업 손실 2255억원을 기록했다. AMPC 금액 3773억원을 제외하면 적자 규모는 6028억원으로 확대된다. 삼성SDI도 4분기 1374억원의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불황이 장기화되는 석유화학업계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각각 1500억원, 1969억원의 영업 손실이 전망된다.

HD현대미포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조감도 [HD현대미포 제공]
HD현대미포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조감도 [HD현대미포 제공]

일부 업종은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HD현대미포는 신조선가 상승으로 4분기 실적전망이 6.5% 상향 조정됐고 주가도 13.59% 상승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재흥행으로 실적 전망이 5.1% 상향됐으며 주가도 10.74% 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 두산테스나와 인쇄 회로기판업체 비에이치도 각각 6.1%, 6.7% 상향 조정되며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등 방위산업주도 실적 전망이 개선됐다.

특히 SK하이닉스는 4분기 연결 영업 이익이 8조 296억원을 기록, 전 분기 대비 14.22% 증가가 예상된다. AI 열풍에 힘입어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출하량이 증가하며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을 상쇄한 덕분이다.

증권가에선 5세대 HBM3E 수요 확대로 SK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 중 HBM 비중이 3분기 30%에서 4분기 40% 이상으로 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전사 영업 이익을 추월, 상장사 4분기 영업 이익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1917억원의 영업 이익으로 4개 분기만에 흑자 전환이 예상되나, IT OLED 판매 부진과 희망 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전망이다. 

증권사 실적 전망 집계 결과 상장사 262곳의 4분기 영업 이익 추정치 합산액은 48조3522억원으로, 한달 전 48조 9578억원에서 1.28% 감소했다. 최근 한 달간 영업 이익 추산치가 5% 이상 오른 종목은 11개에 불과한 반면, 하향된 종목은 43개에 달한다.

문제는 2025년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JP모건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하향했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1.9%와 정부의 1.8%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251개 상장사의 2025년 영업 이익 추정치도 286조원으로 지난해 8월 대비 11.08% 하락했다. 

증권가는 ▲자동차 ▲은행 ▲보험 ▲상사·자본재 ▲철강 ▲건설 ▲소매 유통 ▲호텔·레저, 유틸리티 등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업종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 우려가 큰 만큼 시장 전망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한 기업 중심의 종목장세가 예상된다"며 "2024년은 물론 2025년 실적 기대감까지 높아지는 업종과 종목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