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학영 의원 질의에 답변
"MBK '외국인 투자' 해당 여부, 사실관계 확인 필요"
"외국인 범위 명시하도록 입법 보완해야"

우리 국회의 소속 기관으로 입법·정책에 관한 조사·분석을 업무로 하는 입법조사처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합병(M&A) 시도가 '외국인 투자'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산업기술보호법령상 외국인 투자로 봐야 하는지에 관해 질의한 이학영 국회부의장 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같이 답변했다.
회답서를 통해 입법조사처는 "MBK 연합(MBK·영풍·한국기업투자홀딩스)은 모두 국내 법인이나 이번 공개매수를 실질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진 MBK의 주요 주주(김병주 회장)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해당 건을 외국인 투자로 보아야 한다는 보도가 다수 있다"며 "그러나 MBK 연합의 인수합병 시도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령에 근거해 기술보호 당국인 산업부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 등이 규정하는 '외국인 투자'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않은 개인 ▲외국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 ▲외국정부의 대외경제협력업무를 대행하는 기관 등이다.
특히 입법조사처는 언론 기사를 인용해 "김 회장은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거부권(비토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고려아연의 인수 결정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기술보호 당국의 심판 필요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국내법에 의해 설립됐으나 외국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법인'을 외국인의 범위에 명시적으로 추가해 열거하는 것과 같은 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투자은행(IB) 업계와 MBK 법인 등기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외국 시민권을 가진 외국인이다. 또한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이며, 최근 MBK파트너스 내부 자료에 근거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투심위 위원 가운데 최고의 핵심 권리인 '비토권'을 유일하게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인 김 회장이 사실상 회사의 정점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지배구조와 주주 가치를 위해 고려아연 인수에 나섰다"는 답변을 기자들에게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MBK 측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인물이 사실상 김 회장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더불어 MBK파트너스의 대표 업무 집행자 두 명 가운데 한 명 역시 외국인인 부재훈 부회장이다. 대표 업무 집행자는 일반 상장사의 대표이사이자 최고경영자(CEO)라고 볼 수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 부회장은 CEO로서 김광일 부회장과 함께 투심위에서 투표권을 가진 핵심 멤버이며, MBK파트너스의 투자 결정 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 제19조의 1항 1호 '나' 목, 즉 외국인이 단독으로 또는 주요 주주나 주요 지분권자와의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하여 조직 변경 또는 신규 사업에의 투자 등 주요 의사 결정이나 업무 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회사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을 적용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외국인인 김병주 회장과 해외 사모펀드인 다이얼캐피털이 약 30%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이며, 외국인 유무를 알 수 없는 잔여 지분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국인 주주가 외국인 지배 회사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정부의 규제와 승인 등을 넘어 중지∙금지∙원상회복 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산업기술보호법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MBK의 경우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정의한 외국인 투자 조항에 대한 법적 문제 제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며 “주무부서인 산업부 등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합병과 관련해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외국인 현황과 MBK의 세부 지분 구조와 지배구조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BK가 단순히 한국에서 등록된 법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법조항을 꼼꼼히 살펴보면 지배 회사로 간주되면서 외국인 투자 조항을 피해가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던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고, 약 2개월 뒤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고 통보했다. 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 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