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EU 제품에도 곧 관세 부과"
"3일 캐나다·멕시코 정상과 통화할 것"
코스피 '관세 전쟁' 우려에 2440대 급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제공]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1일(현지시간) 서명하며 ‘관세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곧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충격파는 고스란히 국내 증시에도 전해지고 있다. 3일 코스피는 2.7%가량 급락해 2440대로 밀려났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타임라인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곧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U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절대적으로” EU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정말 선을 넘었다”라며 “그들은 거의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수백만 대의 차와 엄청난 양의 식량 등 모든 것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EU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에 대한 관세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일(현지시간) 캐나다, 멕시코에 2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기에 앞서 3일 오전 캐나다, 멕시코 정상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라며 "우리는 관세를 부과했으며 그들(멕시코, 캐나다)은 우리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고, 그들이 (관세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통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내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관세 정책을 변경하려면 의회의 승인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IEEPA를 통해 대통령 권한으로 즉각 관세 인상을 실현한 것이다.

취임 2주 만에 글로벌 통상 전쟁의 포문을 연 것으로, 대(對)중국 관세의 경우 첫 임기 때(2017~2021년)는 1년이 지난 시점에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이번에는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이 같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행정명령은 오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는 거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멕시코산 모든 수입품과 캐나다산은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모든 수입품에 25%의 과세를 부과한다.

캐나다산 에너지의 경우 10%의 관세만 부과하는데, 미국 국내 유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원유의 약 60%를 캐나다에서 수입한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기존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

예를 들어 현재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전기차는 110%로 관세가 상향되고, 태양광 웨이퍼는 50%에서 60%로 관세가 높아진다. 관세를 부과받지 않던 중국산 수입품이 있다면 10%의 관세가 적용된다. 10%포인트 관세를 올린다고 보면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미국의 3대 교역국으로 이들 국가에서의 수입은 미국 전체 수입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3년 기준으로 1조3000억 달러(약 1894조원) 이상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습을 당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보복을 공식화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일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300억 캐나다 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해서는 4일부터 즉각 관세를 부과하며, 나머지 1250억 캐나다 달러 상당 제품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적응 시간을 고려해 3주 내에 발효하기로 했다. 적용 품목은 술, 과일, 채소부터 의류, 신발과 같은 생활 물품 전반에 걸쳐 있어 북미 지역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 체감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날 트뤼도 총리는 미국인들을 향해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여러분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잠재적으로 미국의 자동차 조립 공장과 기타 제조 시설들을 문 닫게 할 것”이라며 “식료품비와 주유비가 오르고 미국 안보에 필수적인 저렴한 제품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 역시 반격에 나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2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범죄 조직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그런 동맹이 있다면 바로 이런 범죄 조직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총기 상점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은 지난 2일 상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을 WTO에 제소하고 상응한 반격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주요 수출국들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관세 표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로 인해 국내 주요 금융 지표들이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18원 뛴 1470.7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는 2.6% 넘게 급락해 2450대로 밀려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0시 245분 현재 1470.7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13.3원 오른 1466.0원으로 출발해 상승 폭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개시에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에 이어 2거래일간 단숨에 40원 가까이 뛰어올랐다. 장중 1470원대는 지난달 13일 이후 3주 만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 지수는 오전 10시 45분 기준 전장보다 67.78포인트(2.69%) 내린 2449.59를 기록하고 있다. 전장 대비 48.63포인트(1.93%) 내린 2468.74로 출발한 뒤 하락 폭이 빠르게 커졌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263억원, 2288억원 순매도하고 있고, 개인은 4391억원 순매수 중이다.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3760억원 매도 우위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이 당분간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당분간 ‘관세 이슈’가 증시 변동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발해) 보복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언급하는 등 이번 주는 관세가 증시 변동성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과 관련된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딥시크 충격 여파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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