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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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없고 로마에만 있는 신이 있다. 야누스다. 원래는 사람이었다. 인접국가에서 추방되어 로마로 왔고 지도자가 됐다. 외적 격퇴, 선박 고안, 화폐 발행 등 로마 발전에 기여했다. 사후에 신격화되어 창조의 신이 되었다. 수호의 신이기도 하다. 전란이 있는 때엔 그의 도움을 받기 위해 신전의 문을 열어두었다. 뒤통수 없이 앞뒤 다른 얼굴을 하고 로마의 출입문을 지켰다.

한 해를 시작하는 1월(January)도 그 이름에서 나왔다. 그의 두 얼굴은 입구와 출구, 시작과 끝, 과거와 미래, 낮과 밤 등 상반된 가치의 조화를 뜻한다. 경계를 허물고 융·복합하면 새로움을 창조한다. 중세 기독교시대를 거치더니 지위가 격하되었다. 이중인격을 지니거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야누스라고 한다. 

AI리터러시(AI literacy)는 뭘까.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서 AI경험은 △6~19세 (66.0%, 전년 대비 14.5%p↑) △20대(61.0%, 14.0%p↑) △30대(65.8%, 12.9%p↑), △50대(43.7%, 7.9%p↑) △60대(27.3%, 2.2%p↑) △70대 (11.9%, 7.9%p↓)이다. 10대~30대는 높고 50~70대는 낮다. 70대는 유일하게 전년 대비 낮다. 정부, 기업, 시민단체는 마치 국민과 고객이 AI시대 풍요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처럼 AI리터러시를 높이자고 입을 맞춰 외친다. 정말 그럴까. AI리터러시가 국민의 AI활용 편익을 높이는 것 이외에 야누스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면 달리 접근해야 한다. 

AI리터러시는 AI기업의 고객 유치에 도움을 준다. 과거 산업과 기술은 기업만 잘 알고 있으면 충분했다. 냉장고, 에어컨 등 고객 사용법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AI는 사용법이 쉽지 않다. 훈련이 필요하다. 구매력이 높지만 AI에 친하지 못한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AI리터러시가 낮으면 고객으로 만들기 어렵다. AI산업을 키울 수 없다. 불안과 공포만 키운다. 기업이 AI리터러시를 강조하는 이유다. 인공지능법 제정 논의에서도 AI리터러시에 예산을 많이 배정해 정책을 펴라고 요구한다. 

AI리터러시는 고객유치를 넘어 AI상품의 기능과 품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 AI시대엔 소비 패러다임이 바뀐다. 과거엔 상품 구입만으로 군더더기 없이 거래가 끝났다. 자동차는 완벽하게 만들어져 출시된다. 하자가 있으면 고쳐주고 심하면 리콜한다.

AI시대엔 그렇지 않다. AI상품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나와 고객소비를 통해 성장한다. 고객 반응과 활동을 습득하여 개선된다. AI챗봇은 고객 투입 데이터를 학습하며 품질을 높인다. 고객의 AI리터러시가 높으면 피드백을 통해 AI상품 기능과 품질 개선이 쉽다. 기업은 고객의 기여로 AI산업과 시장을 키우고 수익을 높인다.  

AI리터러시는 기업 인건비 등 비용절감과 타겟 고객 대상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 키오스크 등 디지털기기는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수단이다. 고객이 직원 도움 없이 주문, 결제를 한다. 젊은이가 많은 레스토랑 체인점, 커피숍엔 키오스크를 많이 설치한다. 고령층이 이용하기 쉽지 않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치지 않는다. 주 고객층인 젊은이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김밥가게의 키오스크는 어떤가. 상대적으로 글자가 크고 조작이 쉽다. 주 고객층에 고령층이 포함되어 있다. AI리터러시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AI를 통해 쉽게 주문, 이용, 결제할 수 있으면 직원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AI상품에 따라 타겟 고객만 쉽게 사용하도록 사용법을 만들 수 있다.  

AI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 기업은 어떤 일을 할까. 돈을 들여 매뉴얼을 만들고 광고를 하지만 돈이 들지 않는 유인책을 쓰기도 한다. 퍼스널 컴퓨터(PC)가 보급되던 때를 생각해 보자. 컴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강습을 들었다. ‘컴맹’을 괄시하는 문화가 있었기에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PC보급과 인터넷산업이 활성화되었다.

첨단 산업과 기술은 남보다 앞서 접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자부심을 부추긴다. 마치 AI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열등하거나 뒤떨어진 것처럼 분위기를 띄운다. 챗GPT-4 등 생성형 AI가 출시된 후 소셜미디어에 사용후기를 남기는 사람이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리터러시를 위한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고객과 시장을 만드는 일이므로 AI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먼저 나서야 한다. AI상품을 구입할 능력이 부족한 고객들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AI상품이 있다면 정부가 복지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끝으로 AI리터러쉬의 바람직한 방향은 뭘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고객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까. AI는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딥러닝 블랙박스 구간이 있다. 알고리즘 작동 과정과 결과에 따라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 수 없다. 고객에게 최고의 편익을 줄 수 있지만 최악의 위험을 줄 수도 있다. AI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AI기업과 공동체에 정확하고 바람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AI리터러시다. 

그렇다. AI리터리시의 특징과 양면성을 이해하고 AI를 비판하고 견제하면서 활용해야만 AI시대는 진정으로 인간친화적 미래로 다가온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사무국 재정과장

전 (주)KT 윤리경영실 법무센터장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및 AI 지식재산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상임이사

저서 : “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우리 엄마 착한 마음 갖게 해주세요”, “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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