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의 디지털 시선(詩仙)] 지감도(指瞰圖)

자판 A는 왼쪽 약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N은 오른쪽 검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T는 왼쪽 검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J는 오른쪽 검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Q는 왼쪽 약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E는 왼쪽 중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K는 오른쪽 중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ㅁ 은 왼쪽 약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ㅜ 는 오른쪽 검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ㅅ 는 왼쪽 검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ㅓ 는 오른쪽 검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ㅂ 은 왼쪽 약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ㄷ 는 왼쪽 중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 ㅏ 는 오른쪽 중지가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은 자신을 때리는 손가락이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은 자신을 때려 만드는 글들이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은 글들이 세상을 아프게 할까 무섭다고 그러오

자판은 손가락 뒤에 숨은 얼굴이 더욱 무섭다고 그러오

그리고, 그래서, 그렇지만, 그러나   

자판은 무서움이 또 다른 무서움을 번식하고 

그 무서움이 살아 또 다른 무서움으로 진화하고  

무서운 글들과 그들이 부화한 무서움들로 가득할 세상이

결국은 글들도 자판도 사람도 부서질 세상이기에 

그리도 소스라치게 무섭다고 그러오

*작가 이상(李箱)의 오감도(烏瞰圖)를 감히 모방하여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에 횡행하는 목적지를 가진 날선 말들이 생산하는 섬뜩한 칼날에 관하여 썼다.  

/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사무국 재정과장

전 (주)KT 윤리경영실 법무센터장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및 AI 지식재산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상임이사

저서 : “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우리 엄마 착한 마음 갖게 해주세요”, “디지털 생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