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그에 합당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AI 인프라(방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팅 자원)를 구축·운영하고 국가별 규제를 지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가까운 미래에도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앞서며 증권시장이 휘청거린다. AI거품을 경고하고 있지만 과거 닷컴 버블과 다르다는 반론도 크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아직 낮다. 잠재적 가치를 넘어 실제 매출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거품은 뭔가. 상품가치는 그대로인데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다가 떨어질 수 있다. 상품가격이 내재가치보다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는 경우에 가격과 가치의 차이가 거품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금융상품 거품이 빠르게 커졌다가 순식간에 빠진 경우다.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기대가 컸다. 금융기관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며 집을 사게 했다. 담보 채권을 묶어 만든 파생상품을 팔아 고수익을 냈다. 집값 상승이 멈추고 급락하자 사람들은 빚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금융기관도 도산하며 세계를 위험에 빠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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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은 나쁘기만 한 것일까. 맥주에는 이스트 등 미생물이 있는데 발효하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이산화탄소가 액체에서 기체로 변할 때 거품이 생긴다. 거품은 맥주의 향을 잘 느낄 수 있게 돕는다. 맛을 풍부하게 하며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AI거품도 이래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성장하지 않으면 갈등과 분쟁을 야기한다. AI는 성장을 위한 효모이고 촉매이다. 풍부한 현금 유동성이 있으면 좋다. 많은 투자가 집행되고 연구와 실험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AI 위험을 줄이고 상품 가치를 다양화, 고도화한다. 산업의 점진적 발전이 아니라 비약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대외 홍보를 통해 소비자 인식을 높인다. 매출이 없어도 적당한 거품은 AI산업에 활기를 가져온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시장에 공급된 현금유동성으로 인해 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았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했다. 시장에 현금유동성이 줄자 메타버스, 모빌리티 등 신규 IT산업이 동력을 잃었다. AI는 달랐다.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을 생성하여 보여주는데 정확도가 높다. 문서, 파워포인트, 도표 작성을 지원함으로써 업무생산성을 높인다. 검색을 넘어 소설, 시, 그림, 영상 등 다양한 창작을 보여준다. 많은 기업이 자신의 사업에 AI를 활용하는 노력을 한다. 당장 높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아도 이런 거품은 건전하다. 신산업과 시장으로 세계를 인도하며 경제를 키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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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기업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경제침체기에는 투자를 미루고 비용을 줄인다. AI를 도입해 인력을 재조정하고 AI에 밝지 못한 직원은 도태된다. 소비자도 AI 상업화 등 분위기를 받아들인다. AI를 활용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인식한다. 소비자가 AI경험을 높이는 속도도 빨라진다. AI거품이 안정적이고 건전한 거품일 수 있음을 반증한다.
중국 한나라 승상 조참은 시장에 지나치게 관여하거나 상인에게 법을 가혹하게 적용하는 것을 꺼렸다. 그곳에선 돈을 벌기 위해 천태만상의 일이 일어난다. 나쁜 사람뿐 아니라 착한 사람도 함께 살아간다. 간섭하고 혹독하게 처리하면 나쁜 사람이 의지할 곳 없어 발버둥치고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잠깐 참으면 악행을 멈추고 한 발자국 양보하면 순리대로 풀린다.
AI도 마찬가지다. 인위적 시장 개입을 통해 AI거품을 함부로 키우거나 꺼트리면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시장이 스스로 좋은 상품을 만드는 등 개선책, 해결책을 찾을 기회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물론 거품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거품이 크면 투기 등 불법을 통해 부의 분배를 왜곡하고 불만과 저항을 야기한다. 거품을 악용하여 유언비어 등 정보를 왜곡해 돈벌이를 하는 범죄도 막아야 한다. 정보화, 세계화된 세상이다. 미국 등 한 국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세계 각국이 협력해야 하는 일이다.
AI거품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시장에 맞게 관리하려면 국가 안에서도 정부기관과 민간이 참여하는 구조적 시스템을 두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사무국 재정과장
전 (주)KT 윤리경영실 법무센터장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및 AI 지식재산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상임이사
저서 : “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우리 엄마 착한 마음 갖게 해주세요”, “디지털 생활자”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