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지점 과장급 직원 2020년 6월부터 4년간 부당 대출·사적 유용 혐의
올해 들어 4번째 금융사고…은행 내부감사 중단에 경찰 조사 역시 난항 예고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 명동지점에서 과장급 직원이 4년간 총 117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다.이석용 NH농협은행장 자료 이미지 [NH농협은행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8/211675_214838_553.jpg)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명동지점에서 과장급 직원이 4년간 총 117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내부 감사팀에서 이상 여신거래 행위를 포착해 지난 20일 자체 감사에 돌입했다. 해당 직원은 지인 명의를 도용해 2020년 6월부터 이달까지 4년간 허위 대출을 일으켜 부당 대출해주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해당 직원은 은행 내부감사를 받고 난 직후 지난 21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감사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농협은행은 경찰에 신고하고 금융감독원에도 사고 발생사실을 보고했으나 사건 당사자에 대한 직접 조사·수사가 불가능해져 사건의 정확한 실체 파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액은 117억원인데 향후 금감원 조사와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전체적인 피해규모나 연루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무려 4년간이나 100억원 넘는 허위 대출이 발생하는 등 의심 거래가 있었으나 최근에야 적발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지난 6월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면서 “금융사고 근절 방안도 꾸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지난 7월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사고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금융사고에 대한 임직원들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내부통제의 실효성 확보와 윤리 문화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다. 농협은행은 우선 내부통제 사고 발생시 행위자는 물론 지점장과 사무소장 등에 대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즉각 인사 조치하기로 했다.
광역시ㆍ도 단위 영업본부장이 관내 지점에서 내부통제 사고가 2회이상 발생하면 즉시 대기 발령한다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내부통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디지털 책무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다른 은행들보다 앞서 내년 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1000개 넘는 ‘책무 코드’로 최근 발생한 이슈와 담당자를 연결해 입법예고, 유권해석, 비조치의견서 등 규제 트렌드와 각종 자료, 뉴스 등을 담당 책무에 맞춰 전달한다.
농협은행은 또 ▲미흡사항 점검 ▲기준 마련 ▲전산통제 ▲운영점검 ▲준수점검 등 책무 점검을 디지털로 확인하는 ‘디지털 책무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내부통제 조치와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금융사고 위험지도’까지 보급하겠다며 취약 요인을 전수 조사해 잠재적 사고 요인을 사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홍명종 NH농협은행 준법감시인 부행장은 “부동산대출과 관련해서 허위 매매계약서나 감정평가사 유착 등 본점 전산시스템에서 모니터링할 수 없는 영역들에 대한 취약점을 놓치지 않고 관리토록 사고 위험 영역을 미리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농협은행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이석용 은행장이 모든 내부통제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관여한다는 원칙을 공유한 바 있다. 더나가 NH윤리인증제도까지 도입해 영업점 직원부터 임직원들이 업무 수행시 꼭 알아아 하는 금융 윤리 지식체계를 인식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NH농협은행에서는 이번 사건까지 올해 들어 총 4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에는 영업점에서 허위 매매계약서로 109억원의 부당 대출한 행위가 적발됐고 5월에는 공문서를 위조한 53억원대 업무상 배임, 11억원의 가장 분양자 대출사고도 발생했다.
이석용 은행장이 강조한 내부통제 정책에 관여한다는 원칙 아래서도 잇따르는 금융사고가 자칫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만큼 대책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으려는 실천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