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Ray Dalio)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6/207009_209100_1816.jpg)
몇 년 전 금융투자업계에서 채권업무를 담당해온 지인에게 불황기에도 상당한 고수익을 얻는 개인 투자전략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세계적인 투자가 레이 달리오의 ‘사계절 투자법’을 소개하며 투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몇 시간을 입심 좋게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서 꾸준한 수익성으로 주목받는 레이 달리오의 포트폴리오는 채권과 현물, 주식에 대한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특히 미국 재무성에서 발행하는 10년 만기이상 장기 국채(TB)의 비중이 가장 높고 5년물 위주의 중기 TB와 투자용 금(Gold Bar)을 비롯한 현물 투자비중이 높은 것이 눈에 띄었다.
대신 주식투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그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채권투자라면 회사채 위주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필자는 국내 현실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도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가 허용되면서 투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13일 미래에셋증권에서 단독 판매하는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 첫날에만 126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10년만기 장기물로 수요가 유입되면서 단 하루에 발행 한도를 훌쩍 뛰어넘는 청약이 집중돼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1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 03540-3406’의 청약 경쟁률은 1.03대 1로 모두 1032억3500만원에 달하는 청약이 쏠렸다. 20년 만기 ‘개인 투자용 국채 03245-4406’의 경우 0.2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개인투자용 국채에 적용되는 금리는 10년물은 표면금리 3.54%에 가산금리 0.15%를 더해 3.69%이고 20년물은 표면금리 3.425%에 가산금리 0.3%를 추가해 3.725%로 책정됐다. 일단 주식·회사채 위주의 투자시장에서 중장기 국채가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모양새다.
참고로 레이 달리오는 브릿지워터라는 헤지펀드 회사를 운영하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국면에서 성공적 포트폴리오로 상당한 성과를 창출했다. 또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도 국채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만 놓고 당장 긍정적이고 가시적으로 성과를 예상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첫날 청약 결과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리스크 어버터 성향의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두고 싶다.
사실 국내 금융투자시장에는 10만종이 넘는 주식과 간접 투자방식의 뮤추얼 펀드를 비롯해 선물이나 글로벌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거래되는 다양한 상품이 존재한다. 투자자의 성향과 선택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과감히 투자해 큰 수익을 기대하는 리스크 러버도 많다.
반면 리스크 어버터는 신중한 행태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가 이런 성향 투자자들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규제 일변도의 자본시장에서 벗어나 자율과 질서를 근간으로 새 운영 방식이 도입되고 경쟁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선진화된 시장이 구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레이 달리오의 포트폴리오로 투자 성공신화를 쓰는 이가 새롭게 나타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