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 이용 A사 주식 취득 의혹
논란 확산하자 LG복지재단에 전량 기부
LG복지재단, 치유할 수 없는 상처 입어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경기도청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6/206870_208913_4355.jpg)
LG그룹 2대 회장인 고(故) 구자경 회장은 지난 1991년 LG복지재단을 만들었다. 구 회장이 2억원을 LG그룹의 모체인 금성사와 럭키도 각각 4억원을 내서 총 10억원 출연금에 '럭키금성복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이후 재단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복지관과 어린이집을 건립해 기증하고, 저신장 아동에 성장호르몬제 지원, 독거노인에 생필품 지원 등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을 돕는 복지사업을 펼쳤다. '기업의 이윤을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눔으로써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재단 설립 이념을 지켜온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어렵게 쌓아온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년 전부터 재단을 이끄는 구연경 대표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공개 정보를 취득해 호재가 터지기 전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거액의 수익을 거뒀다는 의혹인데, 사실로 밝혀진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해당 의혹은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지난해 4월 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던 바이오 업체 A사의 주식 3만 주를 구 대표가 개인적으로 취득한 것이 골자다. 핵심은 구 대표가 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시점이다. 만약 구 대표가 BRV의 A사 투자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취득했다면 도덕성 면에서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1만8000원 수준이던 A사의 주가는 BRV 투자 후 16% 이상 올랐고, 지난해 9월에는 5만4000원까지 급등한 바 있다.
파문이 일자 구 대표는 부랴부랴 A사의 주식을 모두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고 시도했지만, 재단 이사회의 보류 결정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20일 열린 재단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은 구 대표에게 추가 자료를 요청하며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추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가 자신이 이끄는 조직에 사법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는 모양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를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구 대표가 A사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해 재단에 넘겼다면 액수는 12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은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언론 등에서 의혹 제기가 이어지는 만큼 사안을 인지하고 살펴보고 있을 가능성은 크다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LG복지재단이 이미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선대 회장 때부터 어렵게 쌓아 온 재단 설립 취지와 가치는 빛이 바랬다. 심지어 구 대표는 자신이 파문을 자초했으면서도 재단 뒤에 숨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재단 측도 대표의 개인적 의사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렴함과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복지재단이 직면한 '비윤리적 리스크'를 그대로 방관한 것만으로도 대표의 자격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이윤을 주변과 나눈다'는 복지재단의 대표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큰돈을 손에 쥐려 했다는 의혹이 생긴 것만으로도 큰 타격"이라며 "리스크에 대처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무대응으로 조직에 큰 손해를 입혔다면 대표자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는 견해를 전했다.
남편인 윤관 대표도 최근 연이은 소송과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123억원 규모의 탈세 의혹과 더불어 옛 삼부토건 오너 3세인 조창연 전 블루런벤처스 고문으로부터 2억원의 대여금 반환 소송에도 휘말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LG그룹 안팎에서는 이들 부부가 회사의 오랜 전통인 '인화(人和)'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대표는 지난 2022년에 대표 자리에 올랐다. 오너가 중 여성이 LG그룹 산하 조직 대표를 맡은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2년 뒤인 지금 구 대표는 재단을 바람막이 삼고 있다. 그가 대표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LG복지재단이 오명을 벗고 사회 공헌이라는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게 구 대표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