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디지털시대를 이끌 인재는 어떻게 찾을까. 삼국지 제갈량의 출사표로 시작하자. 늙은 몸을 이끌고 북벌을 떠나며 2대 황제 유선에게 올린 글이다.
“세상에 뜻이 없어 은거하였으나 선대 황제(유비)께서 몸을 낮추어 초가집에 세 번이나 찾아와 세상의 일을 물었다.”고 적었다.
제갈량은 처음엔 유비를 피하다가 간곡한 정성과 대의에 설득되어 영입되었다. 정말 그럴까. 삼고초려는 소설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만든 허구라는 견해가 있다.
위략, 구주춘추는 제갈량이 먼저 유비를 찾았다고 썼다. 제갈량이 몸이 더 달았고 더 적극적이었다. 왜일까. 제갈량은 형주를 다스리는 유표의 인척이다. 유표는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했다. 북방을 평정한 조조의 다음 목표는 형주였다. 손권의 오나라로 가는 요충지다.
당시 유비는 조조를 피해 형주에 와 있었다. 전쟁 위기감을 느낀 제갈량은 형주의 지식인들과 함께 유비를 찾아 면담했다. 모임이 끝나고 흩어졌는데 제갈량만 떠나지 않았다. 유비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물었다. 제갈량은 조조를 피해 달아난 유랑민을 군대에 받아들여 전쟁에 대비하자고 의견을 냈다. 유비는 시큰둥했다. 이 이야기는 믿을 수 있을까.
제갈량의 상황을 보자. 조조가 형주를 공격하면 유표가 질 것이 뻔했다. 유표의 인척인 제갈량도 살아남기 어렵다. 산속에 은거할 여유가 없고 도망하거나 형주를 지켜야 했다. 유비는 관우, 장비 등 형, 아우를 일컫는 소규모 가족집단으로 폐쇄적이었다. 그러나 조조를 상대하기 위해선 관우, 장비 같은 장수와 군사가 더 필요했다. 제갈량 같은 참모의 필요성은 적었다.
그렇다. 제갈량은 마음이 급했지만 유비는 아니었다. 유비는 형주에 머무는 약 7년 동안 제갈량의 존재를 알았지만 기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갈량은 유표의 인척이기도 했고 유비보다 20살이 어렸다.
북방을 평정한 조조의 침략이 임박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유표는 무능했고 유비는 시간이 없었다. 군사력은 증강되지 않았고 도망갈 곳도 없었다. 적은 수의 군사로 조조의 대군을 맞으려면 전략가가 필요했다. 사마휘, 서서가 제갈량을 거듭 추천했다. 유비가 두 번을 허탕치고 세 번째 가서야 제갈량을 만나 의기투합하여 삼고초려를 완성했다고 한다. 세 번을 찾아 세 번을 모두 만났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감동적인 장면이다. 삼고초려를 ‘당한’ 제갈량의 전략은 무엇일까. 유비도 형주, 익주에 근거지를 마련하여 조조, 손권과 천하를 삼분하고, 때를 기다려 통일하자는 것이다.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선 오나라의 손권과 연합하여 조조의 남하를 막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그것이 적벽대전이다.
제갈량이 직접 자신을 천거했다는 자천설은 소수설이고 삼고초려가 다수설이다. 우리는 왜 삼고초려에 열광할까. 중국은 외세 침략을 많이 받는 과정에서 간신을 싫어하고 충신을 칭송했다. 제갈량은 한 황실을 부흥하기 위해 힘썼고 인품과 재능이 뛰어났다. 나라를 위해 일했고 전장에서 죽었다.
제갈량은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신격화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이유가 뭘까. 유교사회 지식인들의 로망이 삼고초려에 들어있다. 신하인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황제가 소문을 듣고 수차례 직접 찾아왔다. 거듭된 사양에도 불구하고 예의를 다해 거대한 역할을 맡겼다. 얼마나 ‘폼나는’ 일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식인의 꿈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스스로를 내세우는 사람은 많아도 참된 인재를 찾기는 어렵다. 디지털시대에 세상에 뜻이 있는 자는 저술, 강연, 소셜미디어, 세미나, 칼럼 등 현란한 언변과 그럴듯한 근거를 들이대며 자신을 선전한다. 혈연, 학연, 지연 등을 내세워 패거리를 만든다. 손쉽게 주의, 주장을 만들어 감언이설로 사람을 현혹한다.
정치의 계절인 선거철을 맞이하면 백가쟁명, 이합집산을 거듭한다. 정책과 이념 대립 등 판세와 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이 일어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고르기 쉽지 않듯이 저마다 인재라고 자천하는 곳에선 진정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 진정한 인재는 흠만 잡히는 세상에 나오기 꺼려하고 몸을 숨긴다. 자신을 드러내 파는 인재는 옥석을 가리고, 숨은 인재는 들춰내야 한다.
디지털시대 인재는 누굴까. 자유시장 경제를 성장시키는 전략과 아이디어, 실행력을 갖춘 자다. 자본주의는 성장을 하지 않으면 갈등과 대립을 양산한다. 아날로그 영토를 넓히는 것은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전쟁뿐이다. 온라인, 모바일 등 디지털 영토는 경제적 창의가 있으면 넓힐 수 있다.
디지털 시장을 넓히지 못하면 구글, 애플,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 기술을 앞세운 선진국에게 영토를 내줄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식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선 산업, 기술, 시장과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가진 숨은 인재의 발굴이 중요하다. 감추려도 감추어지지 않는 낭중지추가 많다. 그들을 찾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 대한민국의 디지털 미래를 열어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삼고초려다.
/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우리엄마 착한마음 갖게 해주세요>(홍익출판미디어그룹) 중에서
현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사무국 재정과장
전 (주)KT 윤리경영실 법무센터장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및 AI 지식재산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상임이사
저서 : “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우리 엄마 착한 마음 갖게 해주세요”, “디지털 생활자”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