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주주 방시혁 의장, 총수(동일인) 지정 '눈앞'
하이브 자산, 지난해 연말 기준 5조3457억원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글로벌 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와 뉴진스 등을 탄생시킨 하이브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운데 역사상 처음으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10일 하이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산은 지난해 연말 기준 5조3457억원으로 지난 2022년 대비 9.8% 증가했다. 특히 자산 규모 5조원을 넘으면서 대기업 지정 요건을 갖추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일반 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자산인 '공정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하이브의 자산은 지난 2021년 4조7289억원, 2022년 4조8704억원 등으로 5조원 아래를 유지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벗어난 바 있다. 올해 새로이 하이브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시 의무와 사익 편취 금지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또 지분 31.57%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설립자인 방시혁 의장은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금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하여 각 기업집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및 검토 중에 있으며, 내달 1일경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따라서 하이브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할지 여부는 현재 결정된 바 없으니, 보도에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하이브 용산 신사옥. [하이브 제공]
하이브 용산 신사옥. [하이브 제공]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명약관화한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하이브는 현재 전 세계에 12개 레이블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 6개, 미국 3개, 일본 2개, 중남미 1개 등이다. 대표 그룹격인 BTS와 뉴진스 외에도 세븐틴, 르세라핌, 프로미스나인, 투어스, 아일릿 등 인기 그룹들을 대거 보유하고, 신인을 계속해서 발굴해 내고 있다.

지난 2005년 2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설립된 하이브는 BTS를 월드스타로 키워내며 중소 기획사에서 글로벌 기획사로 위상을 제고했다. 쏘스뮤직(2019년)과 플레디스(2020년) 등을 잇따라 인수해 몸집을 키웠고, 2020년 10월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하이브의 시가 총액은 9조원을 넘겨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45위, 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다.

하이브는 기세를 몰아 2021년에는 글로벌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속한 이타카 홀딩스를 전격 인수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에도 미국 유명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와 라틴 음악 업체 엑자일 뮤직을 사들여 K팝을 넘어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에서 탄생한 글로벌 걸그룹 '뉴진스'의 성공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뉴진스는 2019년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발탁, 트레이닝, 콘셉트 설정, 데뷔까지 모든 과정 전반을 이끌었다. 뉴진스는 '매일 입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청바지)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이름을 입증하듯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모두 기록을 세우며 K팝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하이브 제공]
방시혁 하이브 의장. [하이브 제공]

미국 음악 전문지 빌보드는 이러한 하이브의 행보에 지난 1월(현지시간) 방시혁 의장과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를 음악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빌보드 파워 100' 18위로 뽑았다. 빌보드는 "하이브는 더 이상 K팝에만 초점을 맞춘 지리적으로 제한된 회사라고 볼 수 없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하이브의 상징과도 같은 BTS 멤버 전원이 입대했음에도 뉴진스·르세라핌 등 이른바 '4세대 걸그룹'이 성공을 거두고,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엔하이픈 등 후배 그룹들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지난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처음으로 연결 기준 매출 2조원를 돌파했다.

하이브는 올해에도 보이그룹 투어스(TWS)와 걸그룹 아일릿을 잇따라 데뷔와 동시에 성공시키며 지식재산권(IP) 다변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투어스의 미니 1집 '스파클링 블루(Sparkling Blue)'는 누적 40만6262장이 판매됐다. 아일릿은 초동 약 38만장으로 역대 걸그룹 데뷔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하이브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이 팀 컬러를 담은 콘텐츠를 공개했다. [빌리프랩 제공]
하이브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이 팀 컬러를 담은 콘텐츠를 공개했다. [빌리프랩 제공]

그러나 지난 1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이브의 1분기 매출액은 3765억원, 영업이익은 195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며 “매출 감소는 음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앨범 매출이 29% 감소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형 감소와 두 팀(TWS‧아일릿)의 신인 데뷔 비용이 반영되며 영업이익도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며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33만원에서 28만원으로 낮췄다. 1분기 실적 추정치의 큰 폭 하향으로 연간 이익 추정치가 10% 이상 감소했으며, 엔터주 멀티플 하락을 추가 반영함에 따라 목표주가를 기존 33만원에서 28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다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1분기 감익 폭을 감안하면 2~4분기 주력 아티스트의 컴백과 대규모 투어를 고려하더라도 연간 매출 성장은 8.3%, 영업이익 성장은 1.5%에 그칠 것"이라며 올해 실적 성장 여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내년이 되어서야 뉴진스와 BTS 완전체 월드투어로 실적이 퀀텀 점프(대도약)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공정위는 내달 1일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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