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4일 이후 4개월 만에 4만원대 주가
임기 시작 정신아 대표, 주가 부양·AI 역량 확보 숙제
정신아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서비스 개발"

카카오 판교오피스. [카카오 제공]
카카오 판교오피스. [카카오 제공]

대한민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카카오 주가가 4일 4만원대로 내려갔다. 지난 1분기 실적 부진 전망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주가가 장중 5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4일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카카오는 4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1700원(-3.33%) 하락했다. 카카오의 실적 부진 우려에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KB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068억원으로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1471억원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카카오가 1분기에 '어닝 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매출액은 1조9700억원, 영업이익을 1207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1분기 매출액이 1조9761억원, 영업이익은 1301억원 수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플랫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하나 광고 비수기로 인해 톡비즈 매출액은 3.8% 증가하는 데 그치고, 카카오스토리와 게임 매출이 부진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경기 둔화로 인해 광고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인프라 관련 비용이 증가하면서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다"며 목표가를 기존 7만5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카카오 제공]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카카오 제공]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부진에 따라 주가 모멘텀이 약해질 수 있지만, 2분기부터 견조한 본업과 자회사 실적 반등으로 인한 점진적인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며 "여기에 광고 업황까지 회복된다면 탄력도는 더욱 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회전문 인사' 논란에 지지부진한 AI 개발까지 과제 '산적'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가 상장된 직후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먹튀' 논란을 낳은 인사를 본사인 카카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공식 영전시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 1일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본사 CTO로 임명했다. 2016년부터 작년 2월까지 카카오뱅크 CTO를 역임한 정 CTO는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지 3거래일 만인 2021년 8월 10일 보유주식 10만6000주(주당 6만2336원)를 매도해 약 66억원의 차익을 거뒀고, 2주 후 나머지 주식 1만1234주(주당 9만1636원)도 모두 매도해 10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이는 같은 해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900억원대 스톡옵션 차익 실현과 함께 대표적 ‘도덕적 해이’ 행태로 비판을 받았다. 임원진 주식 매도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직원과 주주들이 대규모 평가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쇄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소영 위원장을 포함한 준신위 위원들은 지난 2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를 만났다. [카카오 제공]
김소영 위원장을 포함한 준신위 위원들은 지난 2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를 만났다. [카카오 제공]

특히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카카오 쇄신을 위해 '구원 투수'로 등판한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가 정 CTO의 영전을 주도적으로 지휘했다고 알려지면서 결국 '회전문 인사' 관행으로 회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정 CTO의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할 당시에는 크게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지 않은 점, 행사 이후에도 상당 기간 회사에 재직했기에 '먹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 등에 비춰 정 CTO의 선임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카카오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이같은 질문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임기를 마치는 홍은택 전 대표는 "제가 말씀드리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고, 정신아 대표는 이날 '대표 자격'으로는 참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준신위의 권고를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준신위는 정 CTO가 내정된 후인 지난달 14일 일부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발생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앞으로 유사 평판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 수립을 권고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28일 본격 임기를 시작한 정신아 대표 앞에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신성장동력 확보, 책임지는 의사결정 구조 구축 등의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특히 카카오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생성형 AI의 뼈대가 되는 차세대 초거대언어모델(LLM) ‘코GPT 2.0′ 공개를 예고했으나, 계속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투명한 경영'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과제다. 정 CTO 사례처럼 카카오는 여전히 회전문 인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카카오 주총장 앞에서는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이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쇄신'을 촉구했다.

카카오 노조는 "모든 영역에서 쇄신을 외치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몇몇 대표 교체 외에 구체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한 비전과 방향성을 제기하는 리더십과 크루에 대한 동기부여, 투명한 소통과 규정·제도의 운영"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관해 정 대표는 "사내외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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