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국채 거래를 점진적으로 늘려야 할 것"
세계 최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대규모 양적완화 목적의 국채 매입 가능성↓"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경제의 회복 기회로 전망

인민은행의 중앙정부채권·예금성기관채권 규모 그래프. [신영증권 제공]
인민은행의 중앙정부채권·예금성기관채권 규모 그래프. [신영증권 제공]

중국 정부가 20여 년 만에 국영은행인 중국인민은행(PBOC)을 통한 국채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그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1일 중국 정부와 현지언론, 금융시장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국채 매입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흘러나오고 있다.

선영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 국채 매입 가능성에 대해 "상반기 인민은행은 지난 2007년처럼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국채 매입을 진행할 수 있으나 한계가 있다"며 "인민은행은 이미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단·중장기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의 문제점은 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에 소극적"이라며 "인민은행은 국채 매입을 통해 부동산 기업 자금 공급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판 QE(양적완화)’ 루머가 제기됐다.

현행 중국 인민은행법 23조에 따라 인민은행은 공개시장을 통해서만 국채 매매가 가능하고, 29조에 따라 인민은행은 직접 국채와 정부 채권을 매입할 수 없다. 

이로써 인민은행은 발행시장에서 국채 매입은 불가하고,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유통시장에서 매입은 가능하지만 통상적으로 인민은행 자산부채표에 정부 채권 항목으로 반영된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인민은행이 보유한 국채 규모는 1조5200억위안, 그중 1조3500억위안은 지난 2007년 역대 최대 규모의 특별 국채 발행 물량이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판 QE는 불가능하다"며 "미국과 같은 대규모 양적완화 실시할 목적의 국채 매입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적완화를 실시한 글로벌 국가들을 살펴보면 국채가 중앙은행 자산에서의 비중은 약 50%~90%인 반면에 중국은 올해 2월 기준으로 3.4%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선영주 연구원은 "중국판 QE는 미국 등 글로벌 국가들의 QE와는 규모, 기능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실물 경제지표와 수출 증가율(10.3%)을 반영했을시 1분기 GDP 성장률은 약 5.2% 정도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10월에 발행된 1조위안 특별 국채 중 이연된 5000억 위안이 1분기에 투입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재정효과 모멘텀은 점진적으로 약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GDP 성장률 5% 달성 여부에 대해서 그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향후 부동산 경기 회복 속도와 소비부양 정책 강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CCTV 캡쳐)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지난달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은행의 국채 매입은 지난 2000년대 초 이후 사용하지 않았던 조치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년 만에 국채 매입을 재개한 것은 통화정책 카드를 빼 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30일에 열린 중앙금융공작 회의에서 "통화정책 도구 상자를 풍부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인민은행은 공개 시장 우내영에서 국채 거래를 점진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해당 발언이 5개월가량이 지나서야 알려진 이유는 최근 금융에 대한 시 주석의 생각을 다룬 새 책에 당시 연설 내용이 담겨서다.

이어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도 최근 몇 차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중국의 통화정책 수단은 여전히 풍부하고 충분한 여지가 있다"며 추가 통화정책 계획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법제화를 강행할 예정인 가운데 미중 간 전면적 충돌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27일 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0.7% 급등한 7.1964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0년 홍콩 역외시장이 개설되고 나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중 ‘환율 전쟁’이 고조됐던 지난해 9월 고점 수위도 넘어섰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오른 것은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28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은 정부 재정 부족분을 중앙은행이 보충하는 '재정의 화폐화'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양적완화를 뒷받침한 '현대화폐이론(MMT)' 논란의 여지도 존재한다. MMT는 비주류 경제이론으로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없다면 경기부양을 위해 화폐를 무한대로 발행 가능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고민은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오히려 디플레이션(물가 장기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이기에 해당 조치가 중국 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SC)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은 쉽고 효과적인 도구"라면서 "유동성을 높이고 경제활동과 성장을 촉진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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