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허들 넘었지만 '아직 배고파'...올해 또 초대형 IB, 발행어음 시험
정통 대신증권맨으로 양홍석 등 오너 일가 보좌에 공헌 평가 '일종의 집사'
결국 무리수 소송-보험금 논란에 '직장 내 괴롭힘' 직원 사기 저하 '추락'

라임펀드 망령이 여전히 증권가를 배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신한투자증권에 대해 라임 등 여러 펀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 문제를 일으킨 직원 총 40여명에 대해 징계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다시 라임 펀드 관련 대신증권 구설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금감원 권고에 따라 피해자에게 배상한 바 있는데, 이후 관련 상품 판매 직원에게 신원보증보험을 통한 보험금 청구에 나서면서 '구상권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법적 논란이 잠재되어 있는 데다, 이같은 청구가 이례적이라는 평가, 여기에 실제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대신증권 측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뒷말을 낳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와 기강 확립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지만, 명분은 물론 실효성마저 의심되는 상황을 심층분석했다. [편집자주] 

사진 왼쪽은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대신증권 제공]
사진 왼쪽은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대신증권 제공]

대신증권이 라임펀드 판매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상권 논란'을 빚은 가운데, 올 하반기에도 이 이슈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속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일궈냈지만, 올해 초대형 투자은행(IB)과 발행어음 신청을 목마르게 추진하는 대신증권으로서는 '아직도 배고프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신증권의 숙원만이 아니다. 초대형 IB 지정과 발행어음 사업이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오 대표이사는 증권을 넘어 그룹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러리맨의 신화, 첫 내부 출신 사장이 후배 직원 대상 '구상권 청구'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는 대신증권 역대 사장 중 '유일'하게 오너 일가 친·인척 출신이 아니다. 순수 직장인 출신 내부승진자로 대신증권 부흥의 막중한 소임을 맡아온 것.

그런 그이기에 지난해 연말 직원들과 대화 자리를 가졌을 때 라임펀드 판매 책임 직원들의 신원보증보험금 청구는 물론, 심지어 추가적인 소송(대신이 지급한 대고객 배상금 1068억원 중 상당부분 청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는 점은 대신증권 안팎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대신증권 홍보실에서는 "보증보험 청구 및 구상은 불가피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소송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라임펀드 판매직원들에 대한 이같은 오 대표 태도는 논란을 계속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읍참마속 결단'이 지나치다 못해, 직장 내 괴롭힘 소지까지 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일부 임·직원들이나 업계 인사들과는 형·아우를 할 정도로 카리스마 있고 친화력도 상당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근래 구상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이런 그의 자기확신적인 태도와 스스럼없는 대화 방식이 단순히 회사 차원의 대응이 아닌 이후 오 대표가 그룹으로 오르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홍석은 오익근을 만들어 줬고, 오익근도 양홍석 미래를 만든다

1963년생으로 경희대를 졸업한 뒤 대신증권맨의 길만 줄곧 달려온 그는 현재 대신의 중형 증권사 모습과 대형 업계선도사로서의 옛 영화를 모두 기억하는 회사 역사의 산증인이다. 근래 금융투자협회 신임 회장 선출 국면에서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오 대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외부 영전을 고사했다. 

지난해 종투사 지정을 일궈냈지만 초대형 IB·발행어음 등 남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양 부회장이 오 대표를 발탁해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인사부장에서 재무 전문가로 키웠다고 세간에서는 말한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오 대표가 양 부회장 성장에 매진해 왔고 오너 일가도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짚는다. 집사이자 전문 경영인이라는 1인2역에 충실하면서, 성과를 냈다는 의미다.

구상권 청구 시 논란을 뻔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오 대표가 이를 결정한 것은 대신 측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신의 숙원을 해결할 경우 오 대표가 그룹으로 한단계 오를 수 있다는 속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금투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최희문 전 메리츠증권 대표 사례를 오 대표가 벤치마킹하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은 2023년 메리츠증권 IB 본부 전 임직원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코스닥 기업의 사전 정보를 활용하고 수십억원의 사익을 취한 문제로 국정감사에 나가는 곤욕까지 치렀다. 그에 대해서 금투업계에서는 '끝났다'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같은해 11월 증권사 사령탑을 떠나 메리츠금융지주 운용 담당 부회장으로 이동했다.

대표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지주로 옮긴 것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가 있었지만, 그가 메리츠증권의 비약적인 성장에 기여한 점과 이후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 지휘하는 위치에 가게 된 점 등에서 회사에 이익을 낸 인물은 그 만큼 대접하는 메리츠금융 인사 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오 대표는 세 차례 연임을 했고 4연임에 대한 향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 사례에서 보듯 국내 증권회사에서 4연임은 버겁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최근 금융당국에서도 장기간 집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만큼 장담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오 대표가 양홍석 부회장에게 초대형 IB와 발행어음 선물을 안기면, 연임이라는 불확실한 선택지 대신 지주라는 확실한 선택지를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오너 일가로부터 신임을 얻는 상황에서 대신증권의 숙원마저 해결한다면, 그룹 부회장으로의 이동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는 ▲ 이어룡 회장 자연스러운 은퇴 수순 ▲ 양 부회장의 승진 ▲ 그룹 부회장 공석으로 대신증권의 오 사장이 승진 이동 등 연쇄고리로 이어질 수 있고, 메리츠증권의 최희문 전 대표 역시 이같은 수순으로 지주에 올랐다는 점에서 충분히 벤치마킹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구상권 이슈 발목일까 전화위복일까 '갈림길'

최희문 영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성과중심주의로 내달린 오익근 체제가 구상권 논란에 잡음이 일고 있다. 최 부회장 영전 케이스 대비 불과 얼마 시간이 안 흐른 때지만, 기업 경영 여건도 변했고 인권 의식도 발전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영향도 크다.

일각에서는 이런 흐름을 전적으로 오 대표 책임으로 몰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감독당국 전직 고위직 인사는 "펀드 불완전판매 이슈에서 대신증권 사측 책임만 물을 건 아니다. 아무리 회사에서 잘못된 판매 압박을 했다고 해도 직원들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 옳다"며 "뒤늦게 본소송이나 보증보험 청구 구상권이 불거진 다음에 회사 지휘 책임과 판매 압박을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상황과 별개로 회사의 경영 혹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보여주기식' 청구와 이런 행태가 자칫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식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런 증권가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이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대신증권의 구상권 논란은 의도했든 안했든 더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애초 구상권 청구를 결정한 것은 오익근 대표 본인인 만큼 결과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그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구상권 청구가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대신증권이 초대형IB와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란 숙원을 해결한다면, 오 대표의 앞날은 청신호가 겨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구상권 논란이 대신증권 발목을 잡으면 '제2의 최희문'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이번 구상권 청구와 관련한 논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금투업계 안팎의 눈과 귀가 쏠린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