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고조…개인 투자자 대거 이탈
증권가 "각성엔 시간 필요…정책 공백 심화 우려"
원ㆍ달러 환율 내년까지 상고하저 전망…밸류업 적신호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탄핵정국 장기화' 공포에 휩싸이면서 내년 1분기까지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강달러'도 연장될 것으로 관측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이날 2417.84원, 661.59에 거래를 마치며 상승 마감했다. 이날 상승세는 본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다만, 개인이 여전히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4210억원, 4145억원 순매도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이를 고려할 시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사건 이후 최근 4거래일 만에 코스피 113조원, 코스닥 31조원 등 시가총액이 빠지며 무려 144조원이 넘게 증발했다. 장기화되는 시장 불안감에 투심이 얼어붙은 셈이다.

전날에는 코스피 지수가 장중 2383.82까지 급락하며 지난해 11월 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코스닥 지수도 장중 640.41을 기록해 지난 2020년 5월 4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업계에서는 국내 외환ㆍ금융시장 부진과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두 차례 대통령 탄핵 사례(2004년, 2016년)에 비해 현재 대내외 경제 여건이 보다 부정적이고, 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여당의 반대 당론으로 인해 탄핵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하다"며 "만일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되고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최장 180일 동안의 심리에 착수하는데, 헌법재판소가 현재 6인(공석 3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두 차례 대통령 탄핵 사례를 살펴보면 경제와 금융시장은 큰 영향이 없었거나,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반응했다"고 부연했다.

주식시장의 정치적 리스크 장기화 여부에 대해서는 "기존 전망대로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전환 국면은 내년 1분기 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각성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 대비 코스피의 디커플링 이유가 정책ㆍ기업이익 모멘텀의 부재"라며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안정으로 급변동 가능성은 낮으나,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정책 공백 심화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미국 시중 금리 상승 우려, 미국 수입 물가 우려, 관세 시행 가능성, 올해 4분기 빅배스와 내년 기업이익 추정치 하향 등으로 코스피 약세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원ㆍ달러 환율 역시 내년까지 상고하저의 궤적을 보일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기존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실물경제의 영향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어서다.

현재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지난 7일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 불발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6시 26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0.07% 내린 1431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강달러' 기세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내란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지금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힘들고, 그저 시장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달러 현상에 후폭풍도 거세다.

당장 국내 여행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내국인들의 아웃바운드 여행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환율이 아웃바운드 여행 수요를 위축시킨다"며 "평균적으로 환율이 높았던 시기의 출국자 수는 과거 대비 감소하거나, 증가폭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환율이 높아지면 항공사 수요와 비용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라며 "항공사 영업비용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유류비가 달러화에 연동되고, 항공기 리스료ㆍ정비비 등 전반적 비용 상승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세계 주요국들이 한국에 대한 여행 주의보를 공식화한 점도 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시위가 예상되는 광화문, 삼각지, 여의도 등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으며, 뉴질랜드 역시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정상적)에서 2단계(신중)으로 격상했다. 일본도 한국 여행 주의령을 내렸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계엄은 해제됐으나 집단 시위와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영국은 한국 여행에 대해 경보 단계 격상을,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주의보를 발령했다"며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거나 확대될 경우 인바운드 수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치 불확실성 고조로 인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추진 동력 상실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밸류업은 올해 정부 주요 정책 과제로서 적극 추진해온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정책 추진 동력이 되어야 할 법안 개정 필요 안건들이 빠르게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대해 빨간불이 켜진 상황으로, 정책 추진 주체이자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롤모델 격인 일본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는 앞서 10년간의 기업 지배구조 개정 노력이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속성 있게 장기간의 노력을 들여야 안착이 가능한 정책 과제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 것"이라며 "다만,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오랜 과제로 삼아왔기에 정책 성격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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