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포스트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3853_217717_5744.jpg)
중국 전국시대를 보자.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제후는 실력 있는 정치인을 찾았다. 정치인도 자신의 역량을 사줄 제후를 찾았다. 일종의 정치 오디션이다. 상앙은 진나라 효공의 오디션에 합격했고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는 기초를 닦았다.
귀곡선생의 제자 소진과 장의는 어떤가. 소진은 여섯 나라가 뭉쳐 진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합종책을 내세워 여섯 나라의 재상을 맡았다. 장의는 진나라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연횡책으로 진나라 재상이 되었다.
공자는 인본주의를 가르쳤지만 부국강병과 거리가 멀어 제후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묵자는 남을 도우고 사랑하라고 가르쳤지만 공자와 마찬가지 취급을 당했다. 정치 오디션의 평가자는 국민이 아니라 제후였다. 백성의 삶보다 천하 제패의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중요했다. 공자의 유교는 중국 한나라 이후 국교가 됐다. 우리 조선도 유교의 나라다. 목표는 권력과 질서 유지에 있었고 백성을 덕으로 섬기는데 있지 않았다.
21세기 정치는 달라야 한다. 풍요롭고 안전한 국민의 삶이 목표다. 우수한 정치인이 많아야 한다. 우리 정치인은 어떤가. 범죄자가 많다. 정적을 범죄자로 만든다. 파렴치범을 포함해 죄명도 다양하다. 적나라한 표현을 써서 동료를 비난한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트린다. 공익보다 공천, 이권 등 사익을 찾는다. 국민을 표로 볼 뿐 진정한 소통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정치인을 뽑은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우리다. 왜 이렇게 못난 선택을 할까. 하자있는 정치인이 양산되는 것은 우리의 무관심이 원인일 수 있다. 짧은 선거과정에서 정치인의 문제점이 걸러지지 않을 수 있다. 우리도 공익보다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정치적 역량이 있는 사람이 사생활 침해, 가혹한 편싸움이 두려워 나서길 주저하는 것도 문제다. 덜 나쁜 사람이 당선된다. 그래선 안된다.
정치혁신을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수한 자질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권의 문을 두드리는 확률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방송, 소셜미디어 등 매체에서 가수, 아나운서, 퀴즈, 요리사, 댄서, 밴드 등 다양한 경연프로그램을 보고 열광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노력을 하는지 봤다. 범죄, 부도덕 등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거나 그런 과거를 가진 자는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탈락한다. 동료를 배려하지 않고 경쟁 우위만 지키려는 이기적인 경연자도 마찬가지다. 트로트의 임영웅, 아나운서 김대호 등 1위를 한 사람뿐만 아니라 경연에 참여한 많은 사람이 인기를 누리며 활동하고 있다.
경연프로그램을 본떠 정치인 발굴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방송사, 소셜미디어 등 주관사를 둔다. 전국에서 정치를 하고 싶은 많은 신인을 발굴하여 경연자로 참여시킨다. 그들이 국민 또는 시청자 앞에서 인성, 자질, 정책, 가치와 역량을 드러내도록 하자. 자신의 주장을 말로 하고 글로 쓰며 토론한다. 신언서판이라고 했던가. 시청자는 그들이 말하고 듣고 배려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평가한다.
존경받는 정치인이 심사위원을 하고 국민의 평가도 반영하자. 기성 정당에 가입한 사람도 참여기회를 주자. 심사위원도 좋고 경연참가자가 되어도 좋다. 그들도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연은 계파와 라인을 벗어나는 계기도 된다.
국민은 경연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바람직한 정치인상에 관하여 고민하게 된다. 선거 등 정치이벤트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성 정치권이 싫어 은둔한 사람들도 정치인의 꿈을 실현할 기회가 된다. 경연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정치인이 배출되고 활동하게 하자. 그들이 뭉치면 새로운 정당도 나올 수 있다. 그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지속되게 하자.
한 순간의 인기로 검증되지 않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치인이 등장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정치인이 브로커에 의존해 나라를 망치는 불행한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된다.

/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사무국 재정과장
전 (주)KT 윤리경영실 법무센터장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및 AI 지식재산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상임이사
저서 : “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우리 엄마 착한 마음 갖게 해주세요”, “디지털 생활자”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