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포그래픽. [파이낸셜포스트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9/212534_215989_4441.jpg)
AI생태계 논의에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 기업, 학계의 목소리만 들린다. AI생태계 논의에 국민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AI 위험이나 부작용 때문이 아니다. 국민이 일자리를 찾고 생계를 잇기 위해 AI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판데믹 시기에 재난지원금 등 풍부한 현금 유동성이 공급됐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디지털 신산업이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시장에 풀렸던 많은 돈은 판데믹이 끝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금리인상을 계기로 전세계 디지털 신산업이 주춤했다. 놀랍게도 그 상황에서 2023년 상반기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오픈AI가 생성형AI 챗GPT-4를 공개했다. 기존 AI와 다른 정교함에 충격과 기대가 컸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AI투자를 강화했다. 한국도 생성형 AI개발에 나섰다. 일반기업은 AI를 자신의 핵심사업과 접목하기 위해 애썼다. AI일상화가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엄청난 경제효과 등 장밋빛 전망이 언론을 도배했다. AI 반도체 등 성장률이 기대를 벗어나며 AI거품론이 일고 있다. AI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 OS업체의 성장과 비용절감을 위한 기업 수요는 있었다. 그러나 실제 AI를 이용한 최종 서비스는 미흡하고 킬러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의료대란, 재난구조 등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는데 AI를 쓰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AI는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AI 없이 살 수 없는가.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경제다. 성장기에는 누구나 과거보다 많이 가져갈 수 있지만 성장이 정체되면 그렇지 못하다. 커지지 않는 파이를 나눠야 한다. 대립과 갈등을 야기한다. AI 등 신산업은 초기에 일정 부분 거품이 끼는 것이 당연하다. 기다림의 기간이 끝나도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 위기가 온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 끌려 다니며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온 국내 AI 생태계 재점검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AI를 원자재로 만들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무한하다. 반드시 와야 할 미래다. 기업과 시장은 AI에 대한 장미빛 기대를 한껏 부풀렸지만 이제 그래선 안된다. ‘장미빛 전망’은 그만두고 실제 ‘장미’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시작은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자를 AI생태계 최고 꼭대기와 중심에 두는 것이다. 국민이 만들고 국민이 감시하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AI생태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AI생태계 논의와 절차, 기구에 정부, 기업, 학계 중심에서 일반 국민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 국민 의견이 상시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돼야 한다. 그것이 규제 혁신보다 우선이다.
기계가 사람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AI는 정신노동을 대체해 일자리를 줄인다. AI가 학습하는 것도 결국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데이터다. 사람의 일자리가 줄면 아이디어가 줄어든다. 일자리가 없어져도 아이디어 산업을 키울 수 있으면 상생할 수 있고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대기업이 수용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소규모 또는 1인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블로그, 유튜브, SNS,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분야도 다양하다. 관료화되지 않은 그곳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디지털생활자’다. 국민 대다수가 속한다. AI 수혜 대상 또는 피해 대상으로만 보면 안된다. 국민을 더 이상 수동적 객체로 둬서도 안된다.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을 만드는 학생들은 수준 높은 AI창작을 하는 사업가로 변해야 한다. 사이버보안 침해사고를 일으키는 해커는 사이버보안을 지키는 산업역군이 돼야 한다. 일반 국민이 AI시대 혁신 주체가 되고 AI를 이끄는 세상이 되는 것이 AI생태계 모델의 정답이다. 그러기 위해선 디지털생활자를 돕는 AI인프라 구축과 제공이 필수다. 정부 또는 기업이 보유하는 대규모 AI시스템에 쉽게 접속하여 싼 값에 AI를 이용해 자신만의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질구레한 기술을 몰라도 좋다. 돈이 없어도 좋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국민 누구든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도 지엽적 이해관계보다 국가경제를 위해 양보할건 양보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AI생태계를 생산적이면서 건전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AI생태계는 국민 실생활에 너무나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 중심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그것만이 AI시대 우리가 살 길이다.

/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사무국 재정과장
전 (주)KT 윤리경영실 법무센터장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및 AI 지식재산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상임이사
저서 : “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우리 엄마 착한 마음 갖게 해주세요”, “디지털 생활자”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