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이미지. [픽셀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8/212140_215444_5533.jpg)
주인이 무심한듯 기본 세트를 권한다
이 사람이 내가 누군 줄 알고
괘씸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토마토 절임과 몽글하게 으깬 감자를 보내 나를 정탐하더니
냉녹차와 생와사비로 긴장을 돋우는구나
기다림 끝에 맞이한 일레븐 피스의 대군들
팽팽한 대치 속에 은근히 노려본다
이름 모를 어종들, 고급이 틀림 없으렷다
각자의 전투대형과 위치를 살핀다
어느 놈부터. 그래 보기 힘든 놈. 고등어초밥 네 이 놈 게 섯거라
목으로 냅다 달아나는 놈을 낚아채 되씹어준다
생 와사비의 도움조차 거부하고
온 몸으로 과시하는 맛의 신세계,
내가 어찌 너희를 이기랴. 항복이다. 무조건 항복. 백기를 받으라
마치 누구 편도 아닌 양 느긋이 기다리던 에비수 생맥주가 슬쩍 한 모금을 던진다
숨죽이며 이놈 저놈 몇 놈 더 공략
웅크리고 있는 이놈은 정체가 뭘까
혀에게 물어보자. 옳구나 너는 불에 몸을 던진 장어렷다
이놈 저놈 깊은 여운, 어쩌지 못하여 밀어넣고 이젠 그만 잊으려 생맥주 한 모금 더 하는 순간
그 사이를 못 참고 튀김이 나왔네
새우, 가지, 고추렷다
스시와 튀김
어디를 먼저 공략할까. 빈틈이 안보인다. 전략이 문제로다.
그래 역공이다. 따뜻할 때 새우 튀김 한 점
튀김옷의 강력한 저항을 뚫고 새우 살에 상륙
어이쿠! 나의 완전한 패배요 튀김의 압승이다. 극강의 맛이로다
이제 끝나는 건가. 은근 슬쩍 검은 모밀 소바의 등장. 너조차 맛을 감추고 있었구나
제 맛을 슬쩍 죽이고 튀김의 남은 기름까지 물리쳐 조금 전 스시를 기억케 하는구나.
스스로를 자제하며 이미 떠난 스시를 기리는 너야 말로 적이지만 진정한 충신
마지막은 곱게 간 고구마 슬러쉬
오묘한 맛으로 이젠 잊으라 모두 잊으라 끝내 다시 오라 소매를 잡네
/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사무국 재정과장
전 (주)KT 윤리경영실 법무센터장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및 AI 지식재산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상임이사
저서 : “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우리 엄마 착한 마음 갖게 해주세요”, “디지털 생활자”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