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자료 이미지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자료 이미지 [SK그룹 제공]

유명 인사들의 사생활 자체는 때때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심하면 비난 세례까지 뒤집어쓸 정도로 중요한 뉴스거리가 되고는 한다. 대기업 총수의 사생활을 넘어 거액 재산분할과 전직 대통령 비자금 논란 등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나 관련 송사들이 그런 사회적 이슈들 가운데 하나다.

심지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노소영 관장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뒤 김 이사장이 항소를 포기하는 대신 사과하고 입금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과연 우리 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지,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맹목적인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며 유명 인사들을 비난하는 것이 옳은지 돌이켜보게 만든다.

오지랖 넓은 네티즌의 행태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더 나가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파탄 난 결혼생활을 조용히 끝낼 수 없어 법적 판단에 맡기는 사정이야 오죽하겠지만 이를 가해자-피해자로 보는 단순한 시각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애초부터 대기업 총수 아들과 대통령 딸의 세기의 결혼 자체가 정략결혼이라는 비극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몇 년 전에 한 지인이 공교롭게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다니는 교회에서 같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세간의 안 좋은 시선과 달리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어린이 예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가족이 함께 있는 모습이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최 회장이 심각하게 고민할 때 위안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비정상적인 결혼 관계나 이혼을 부추기는 그런 종교는 없을 것이다. 평범한 시민들도 그런 문제에 부닥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어쨌든 재산의 많고 적음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회적으로 마음에 상처받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위로와 배려는 꼭 필요한 것 같다.

아마 지난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 회장이 SNS에 재미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칫솔에 치약을 너무 많이 짜서 쓴다고 막내가 “아빠가 재벌이냐”고 했는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글인데 쓴 웃음보다는 천진하고 맑은 어린이의 시선이 느껴진다.

우리 사회에 재벌과 권력층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보는 이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기 때문에 모두 같은 시선으로 바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타인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야 더 건전하고 아름다운 사회로 한발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어떤 사회가 극단적인 법적 정합성과 공정성 논리만 추구한다면 인정이 메마른 삭막해진 관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각박한 사회에서 인간의 삶이 행복하고 옳은 방향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빵을 훔쳤기 때문에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 

법적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은촛대를 훔쳤을 때 신부가 그의 죄를 감춰주고 남은 은촛대마저 모두 준 다음 달라진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인생에 묵직한 감동을 준다.그래서 그런지 최 회장의 이혼소송이나 관련 송사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한켠에 자리를 잡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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