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 [독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9/213091_216678_478.jpg)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앞두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최근 재판부 구성까지 완료돼 양측간 본격적인 대결이 예고된 상태다. 이번 재판은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빼고 수십년 전 통치자금 성격으로 보이는 비자금 관련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이혼 재판에 역사적 관점이나 사회적 정의라는 기준이 개입되는 점이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앞서 노 관장은 ‘선경 300억원’ 문구가 적힌 김옥숙 여사의 메모지를 공개했다. 법원에서 가치 있는 증거로 채택하면서 시작된 문제는 과정 정치권의 은밀한 속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지난 재판에서 선경건설 발행 300억원 약속어음 실체도 나왔는데 노 관장측은 SK그룹으로 유입된 비자금이라고 주장했고 이번 재판에도 이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측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노후 자금을 요구해오자 징표로 어음을 끊어준 것이라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앞서 노태우 비자금·비리 수사에서 밝혀내지 못한 비자금 증거라면 국고 환수가 불가피한데 어떻게 최 회장의 재산을 형성한 물증이 될 수 있느냐 의문이다. 법원에서 노 관장측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해 설사 그 자금이 SK그룹이 크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해도 회사에 관계된 사안이지 사적 관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선임된 김복형 헌법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불법자산이 추가로 발견되면 환수해야 하느냐는 질의에 “피고인으로부터 추징할 수 있는 자산은 추징하는 것이 맞다”는 발언을 내놨다.
뇌물과 비자금으로 형성한 자산은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는 견해인데 “법률 규정과 요건에 따라 추징이 가능하다”는 답변도 눈길을 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 비자금과 불법 상속·증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정당하지 않은 자금의 형성 경위든지 범죄 혐의점이 있다면 수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즉답했다.
오래된 일이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이 5억2000만원뿐이라고 밝혔으나 임기 동안 기업에서 4100억원 넘는 비자금을 받아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중 2628억원이 추징됐는데 노 관장측이 공개한 메모의 904억원은 과연 추가 은닉한 비자금의 증거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노 관장측에 따르면 약속어음 300억원도 노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이 재판과 별개로 범죄 혐의에 따른 수사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나가 노 관장측 주장이 백번 옳다고 해도 30여년 전 뇌물로 마련한 부친의 비자금 300억원으로 1조3808억원을 당당하게 가져가는 것이 맞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그 돈이 범죄수익이라면 국고로 환수해야지 상속이나 승계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천문학적 재산분할과 옛 정권의 비자금, 뇌물 비리까지 복잡한 쟁점에 대해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에서 앞으로 이 부분과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