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경영진 책임 거론에 사법리스크 급부상 
정치권도 금융지주 CEO 임기제한 논의…‘국감출석 1순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가 검찰의 강제수사로 번지면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거취 문제까지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이날 우리은행 본점·강남구 선릉금융센터 등 8곳과 연루자 자택 4곳 등 모두 1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영진 책임 거론 직후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과 함께 금감원이 지난 22일부터 추가 현장검사에 돌입하는 등 우리금융·은행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남부지검이 움직인다는 것은 현재 상황의 중대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아직 단정하기는 힘드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조병규 은행장은 물론 임종룡 회장 역시 (거취 등) 사법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으로 우리금융 분위기가 굉장히 뒤숭숭한 것 같다”며 “당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출석 예상 1순위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는 작년 9∼10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실을 조병규 행장을 포함한 우리은행 경영진에게 보고했다. 임종룡 회장 등 우리금융지주 경영진 역시 늦어도 올해 3월경에는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적했듯 범죄혐의를 알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여신심사 소홀 이외에 알지 못해서 보고의무가 없다며 조치를 적기에 취하지 않아 은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우선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은행법 위반에 따라 1차로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올 연말 임기를 채우기 전 사법 리스크 때문에 조만간 거취를 확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사의 비리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 심의나 검찰수사가 시작되면 금융사 업무에 지장이 불가피하고 책임자의 경우 업무에서 배제될 필요도 있다. 따라서 조병규 행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비교적 확실하고 검찰에 기소될 여지도 큰 상황이라 곧바로 퇴진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회장도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경력만 놓고 보더라도 스스로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얼마나 중한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와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현직 금융지주 회장의 사법처리 전례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만약 임 회장이 수사선상에 올라 재판까지 간다면 금융당국 수장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금감원의 현장검사와 검찰수사 과정에서 현 경영진의 위법행위가 추가로 드러날 경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번 검사와 수사에서는 우리금융 경영진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범죄혐의를 알고도 은폐하려 했는지, 금융당국 보고와 사법기관 통보 의무를 고의로 무시했는지 여부 등이 관건으로 보인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손 전 회장 친인척의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을 계기로 제왕적 권력을 쥔 금융지주 CEO의 장기 집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제한하는 지배구조 개선 의향을 질의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자율 사안이나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즉답했다. 또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현 경영진을 겨냥해 늑장 보고와 관련한 위법행위에 대해 조병규 은행장이든 임종룡 그룹 회장이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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