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통합 증권사 '우리투자증권' 공식 출범
향후 보험사 인수에 여유자금 확보와 CET1 관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파이낸셜포스트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8/210349_213261_2955.jpg)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하면서 향후 보험 계열사 인수 등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증권업 진출을 위한 여유 인수 자금이 넉넉히 없을 뿐더러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에 대한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비은행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그룹의 핵심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할 것"이라며 "기업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우리금융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금융은 이날 통합 증권사 '우리투자증권'을 공식 출범시켰다. 사실상 임 회장의 첫 비은행 부문 M&A 성과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디지털과 IB가 강한 종합증권사를 표방하며 궁극적으로 '초대형IB'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5월 우리종금과 포스증권간 합병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달 19일우리종금과 포스증권에서 각각 합병승인을 받았고 24일에는 금융위의 인가를 거쳐 이날 공식 출범에 이르렀다.
출범식에는 임 회장과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비롯해 지주사 임원, 그룹사 사장단, 우리투자증권 임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합병 추진 경과보고 △출범선포 △ 타임캡슐 전달식 △회사기 전달식 △혁신조직 발대식 등 순서로 진행됐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다"며 "우리투자증권의 인사·조직·성과보상 등을 그룹 계열사 잣대가 아닌 시장 관점, 증권업종 기준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투자증권 출범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큰 진전을 이뤘고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더불어 △자본력 확충 △인재육성 시스템 △독자사옥 확보 등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높여 그룹 위상에 걸맞은 자본시장 플레이어로 빠르게 성장시키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임 회장은 "지극한 정성으로 흙을 빚고 굽고 깨기를 수백 번 거듭해야 탄생하는 국보급 도자기처럼 임직원들이 혼신을 다해 명품 증권사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8/210349_213262_308.jpg)
우리금융은 향후 보험사 인수를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앞서 진행된 롯데손해보험 지분 인수계획은 '오버페이(과도한 가격 제시)' 이슈로 지난달 28일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제이케이엘(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의 매각가를 최소 2조원으로 제시했으나 우리금융 자금여력은 1조8000억원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 추산한 롯데손해보험의 적정 매각가는 1조5000억~2조원이었다. JKL파트너스의 희망 매각가가 높았던 원인은 보험계약마진(CMS)과 순자산을 합친 기업 가치에 대한 지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 할인율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리금융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 인수의향서 제출 직후 "실사를 통해 가격 등이 부합하는지 살펴본다"며 "검토 후 적정가격이상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증권가와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증권업 진출을 위한 여유 인수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본여력 확보가 관건일 것으로 봤다. 실제로 동양생명도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자금 문제로 불발될 가능성이 여전한 상태다.
아울러 최근 우리금융은 M&A를 추진하려고 일반 회사채를 대거 발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달 3차례 무보증 사채를 발행해 총 3000억원의 자금을 마렸했는데 이 가운데 1500억원만 기존 발행한 회사채 만기에 맞춰 상환하는데 쓴 것으로 파악된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본비율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비은행 자회사 포트폴리오 확장이 동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정과 희망사항이 포함돼야 한다"며 "(우리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는)당장 성공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지난 25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 계획'에도 허점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단 밸류업 계획에는 중장기 목표를 '보통주자본비율 기반 주주환원 역량 제고'로 설정하고 △지속가능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2분기 우리금융 CET1은 12.04%를 기록해 금융당국이 권고치 12%를 겨우 넘은 수준이다. 또 CET1 목표치를 13%로 잡은 것도 인수에 동원할 자금에 여유가 많지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위험가중자산이 많을수록 손실흡수능력을 의미하는 CET1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B증권 강승권 연구원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가 결정된다면 인수가격, 이후 완전자회사 추진 여부 등에 따라 우리금융의 CET1 부담이 결정될 것"이라며 "3분기 중 밸류업 관련 자율공시를 통해 중기적 자본정책과 비은행 확장 전략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금융그룹이 우리투자증권 출범으로 10년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한데 이어 보험사 인수에 실패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우리금융 경영진이 시장 상황을 만만하게 보고 지나친 M&A 목표를 설정 것은 아닌지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