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강력히 비판한 여파가 국내 주식시장에도 미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가 크게 떨어졌다.

17일 유가증권시장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5.36% 내린 22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26일(-5.88%) 이후 9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한미반도체도 5.18% 떨어진 15만9400원에 장을 끝냈다. 삼성전자도 전 거래일보다 1.14% 내린 8만6700원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이같은 흐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TSMC 등에 지급하는 반도체법 보조금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심리까지 덩달아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1.6%), 마이크론(-2.6%) 등 대형 기술주도 부진한 영향까지 더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지난달 25일 진행)에서 중국을 상대로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난 대만 사람들을 잘 알고 그들을 매우 존중한다"면서도 "그들이 우리 반도체 사업의 거의 100%를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대만이 미국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지만, 이제 그들은 그것도 가져갈 것"이라면서 "그들은 여기에 짓겠지만 이후에 다시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 TSMC 등에 지급한 반도체법 보조금을 문제 삼은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작업자가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작업자가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자국산업 보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보조금 지급을 조건으로 추가 투자를 유도하거나 보조금 정책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반도체업계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409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주가하락을 부추켰다. 한미반도체도 970억원 팔며 두 번째로 많이 순매도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3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IRA 전체나 일부를 폐기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IRA는 인플레이션을 낮추지 않고 높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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