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보다 자본재 빚투 비중 더 커

증시 호황을 상징하는 황소상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
증시 호황을 상징하는 황소상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

증권시장이 활황인 가운데, 10일 업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신용거래 잔고가 25조5000억원에 도달, 사실상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하는 등 과열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금융연구원의 '빚투'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국내 전체 주식 신용융자 잔고는 25조5000억원으로 2021년 9월 고점이었던 25조7000억원에 이미 유사한 규모로까지 불어났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유가증권시장만 보면 신용융자 잔고가 15조8000억원을 돌파,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빚투 증가세는 매입 증가로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한다. 실제로 이 연구위원의 보고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4월부터 10월 말까지 일반 현금 거래에서는 지속적으로 주식을 순매도하는 반면, 신용거래에서는 매수 규모를 늘리는 상반된 행태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는 2021년 당시 현금과 신용을 병행한 투자 양상과는 다른 흐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자본재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개인들은 수익률이 높았던 이들 업종을 현금으로는 매도하고, 신용거래를 통해서는 오히려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것. 10월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내 신용융자 잔고에서 자본재는 27.7%(3조9000억원), 반도체가 15.8%(2조2000억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구성과 유사한 흐름이다.

즉, 개인은 빚투를 통해 외국인 투자 패턴을 벤치마킹 중인데 이 매입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 등 근래 상승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것. 우리 증시 호황의 상당분이 빚투에 기대고 있어 그 체력의 한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매각을 바라지 않는 시점에 상환 압박에 몰린 부득이한 매매나 유사시 급격한 공포 투매 등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개인들이 반도체·자본재 상승세에 레버리지 투자를 지속하는 집단과, 시장 조정을 예상해 순매도하거나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집단으로 양분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헸다.

또한 "신용융자가 자본재와 반도체에 집중됐기 때문에, 이들 업종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 위험으로 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두 업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넘게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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