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여성 어여룡 회장 시절 이래 부드러운 직원 챙기기 기조
NH투자, 정영채 부당한 낙마 이후 트라우마 없지 않은 듯

명문 증권사들 중 하나인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의 업무 태도에 미세한 차이가 감지돼 관심을 모은다. 31일 업권에 따르면, 근래 양사는 다소 부당하다는 논란을 빚는 금융감독원의 경징계 사례를 각각 겪었는데, 이에 대처하는 방식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대신증권의 경우는 '물 흐르듯' 대처하는 가운데 회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이미지를 챙기는 방식으로 읽힌다. 

일명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 직전 대신증권에서는 '전산조작 의혹'이 불거졌었다. 대신증권 라임펀드 투자자 203명이 486억원 규모의 환매 주문을 넣었다. 이것이 수용됐다면 손해를 일정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그해 10월 4일 투자자의 동의 없이 내부전산시스템 상의 환매 요구가 일괄적으로 취소됐다.

당시 대신증권 관계자들이 라임펀드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덮기 위해 도움을 준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금감원이 제재의 칼을 뽑았다. 

다만 검찰은 이 문제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라임펀드 피해자들은 이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이 재정신청을,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으나 결국 모두 기각됐다. 

한편 금감원 반응이 흥미롭다. 금감원 징계 추진 상황에서 검찰과 법원이 모두 '불가능' 결론을 내린 것인데, 금감원은 제재는 취소하되, 견책 조치는 남아 있다는 '뒤끝' 성격의 조건을 달았다. 금감원은 "(대신증권 전산조작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혐의 없음)이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결정으로 최종 확정됨에 따른 것이고, 해당 사유로만 조치를 받은 것이 아니다. 즉 또다른 조치 건이 있어서 최종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당국의 냉랭한 기류에 대신증권 측에서는 해당 관련자의 복귀 등에는 선을 그었다. 어쨌든 징계자(경징계였음) A씨는 정년퇴임을 해야 할 나이를 넘었기 때문에, 굳이 부를 상황이 아니라는 논리다. 업권에서는 당국과 불편해지는 것을 굳이 감수하면서 전직 직원의 명예회복성 복직까지 하는 건 대신증권으로서는 부담스럽기에 부득이 이 같은 결론을 냈다고 본다.

상황을 요약하자면 대신은 경징계 대상자의 명예회복성 복직 등에는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특히 이 경징계 건이 결국 절반의 승리나마 거둔 것도 따지고 보면 피해자 측에서 항고, 재항고 등으로 법원으로 문제를 끌고 갔기에 부수적인 효과를 대신 측이 본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대신증권은 이어룡 회장 집권 초기부터 '따뜻한 직원 챙기기' 기조를 보여왔고, 이를 그 아들이자 창업주 손자인 양홍석 부회장 시대에도 그대로 답습한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경징계, 그것도 이미 직장을 떠난 이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결한다는 태도다. 

NH투자증권 자존심에 상처를 낸 금감원에 의한 직원 경징계 케이스는 '옵티머스 펀드 관련' 건이었다. 

왼쪽은 양홍석 대신파이낸셜그룹 부회장, 오른쪽은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사진=각 사]
왼쪽은 양홍석 대신파이낸셜그룹 부회장, 오른쪽은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사진=각 사]

최근 업권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 관련 소송에서 NH투자증권 측은 금감원을 상대로 작은 승전보를 하나 더 울렸다. 당국은 옵티머스 관련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당시 준법감시인을 징계하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는데, 이에 불복한 증권사에서 소송을 제기했었다. 긴 다툼 끝에 최근에야 1심에서 재판부가 NH투자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준법감시인에게 이 같은 옵티머스펀드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대형 분쟁의 책임을 묻는 건 너무 가혹하고 합리성이 없다는 취지다.

물론 금감원은 이번 사안에서도 뒤끝을 남겼다. 이 소송 1라운드 결과를 받아본 직후 막바로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본지는 이를 모른 상태에서 해당 기관 담당 부서에 문의를 남겼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해당 증권사 측은 취재 과정에서 마지 못해 "저쪽에서 항소를 곧바로 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입장만 전해왔다.

왜 NH투자증권은 거북하기 이를 데 없는 감독기구와의 분쟁을 자초하는 것일까? 금융권에 따르면 옵티머스 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다수 소송을 이미 제기, 각개격파 중이다. 해당 준법감시인만을 보호하려는 '돌발 행동'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NH투자증권이 갖는 특수성, 농협이라는 큰 조직에 붙어있는 증권사로서 능력과 존재감을 항상 입증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울러 거목이었던 정영채 전 사장의 옵티머스 출혈 건에 대한 부채의식 역시 한몫 한다는 해석을 제시하는 이도 있다. 

과거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그룹의 품을 떠나 NH농협금융 쪽으로 넘어왔다(이는 오늘날 우리금융에서 초미니 증권사를 사들여 만든 '현재의 우리투자증권'과는 다르다). 이후 농협증권과 통합을 통해 오늘날의 NH투자증권이 됐다. 그래서 능력을 항상 발휘하면서도 방계 의식이 없지 않다는 것. 이런 의식이 다소 과민한 결백 증명, 직원 구하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정영채 전 사장이 옵티머스 이슈로 사실상 자의반 타의반 '4연임 포기' 선택을 했다. 이후 재판 등에 따라 그는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한 상태이고,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등 회사를 떠나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어쨌든 그의 커다란 그림자 밑에서 성장했고 투자은행(IB) 부문 성장 역사 대부분을 그에게 밑진 NH투자증권은 그는 못 구했어도, 일부 직원의 경징계라도 적극 대처할 트라우마를 간직하게 됐다는 분석이 일각에선 나온다. 그래서 윤병운 현 사장 체제에서도 이런 직원 구하기의 강력한 에너지 발휘가 가능하고 이 기조가 상당 기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양사의 이런 태생적 차이와 직원 보호 태도 차이는 상당히 흥미롭다. 한국 대표 증권사들인 이 두 곳이 앞으로 어떤 차이를 앞으로도 보일지, 그러면서도 실적 경쟁에서 어떤 선의의 경쟁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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