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완 종합자산관리팀장 "신탁시장 활성화로 고령층 자산·돌봄 문제 해결"
현행 자본시장법 규제가 걸림돌…"재신탁 허용·세제 혜택·보험사 진입 장벽 완화해야"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유언대용신탁, 후견신탁, 보험금청구권신탁 등 관리형신탁이 고령 자산관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행 자본시장법 규제와 절차가 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 완화를 통해 재신탁 허용, 보험금청구권신탁 확대 등이 이뤄져야 '포괄신탁' 활성화는 물론 신탁시장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계완 교보생명 종합자산관리팀장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령층의 재산 관리 역량 저하와 홀몸어르신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장선영 기자]](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4008_242526_5321.jpg)
26일 김계완 교보생명 종합자산관리팀장은 보험연구원이 마련한 '보험산업과 신탁' 세미나에서 "생명보험이 단순히 사망·질병 보장에 머물지 말고 고령층의 재산 관리와 돌봄 서비스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과 신탁을 결합한 상품을 고도화하고, '관리형신탁'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한국은 노인 인구는 급증하지만 심각한 저출생 현상 속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줄면서, 범국가적 대책과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4550명이다.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1286명)의 20.00%를 차지하며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특히 국내 고령 치매 환자의 자산인 '치매 머니'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자산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23년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가 보유한 치매 머니는 15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에선 치매 머니가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기관이 해당 자산을 동결하거나 인출 제한을 둘 수 있고, 치매 환자는 판단력이 떨어져 보이스피싱 등의 사기 피해자가 될 위험도 있어서다.
김 팀장은 이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관리형신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니어에게 관리형신탁은 사망이나 중증질환 등 재산을 직접 관리·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리형신탁은 신탁업자가 고객(위탁자)로부터 맡은 금전·유가증권 등을 보관·운용하면서 사전에 정한 계약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신탁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 ▲증여신탁 ▲장애인신탁 ▲후견신탁 ▲보험금청구권신탁 등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과 달리 사후에도 상속재산을 관리하거나 통제가 가능하다. 증여신탁은 증여세 신고 납부를 통해 절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여기에 증여 이후에도 재산과 자녀 통제권은 유지되고, 증여재산 환원 소송이 불필요하다.
장애인 신탁은 장애인에게 최대 5억원 증여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부동산, 유가증권도 가능하며, 타인도 수익자가 장애인일 경우 허용된다. 후견신탁은 법률상 제한능력자의 재산 보호와 치매머니를 예방할 수 있다. 치매나 중증질환에 걸릴 경우 계좌 동결·부동산 거래가 안되는 문제를 해결해준다.
아울러 2024년 11월부터 시행된 보험금청구권신탁은 보험 목적에 맞게 사망보험금이 사용되도록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다. 사망보험금을 수익자가 아닌 계약자, 피보험자가 설정한 목적대로 집행되며, 보험금을 목표로 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관리형신탁은 자본시장법 적용이 모호하고, 신탁사의 재위탁 제한과 보험금 청구권 신탁 범위 제한, 의결권 행사 한도 등으로 실제 활용에 제약이 따른다. 이에 따라 김 팀장은 관리형 신탁에 자본시장법 적용을 최소화하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현행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규제가 완화된다면 자본시장법 42조의 '본질적 업무' 규제에서 제외되면서 '재신탁'이 가능해지게 된다. 일본이 2000년 재신탁 제도를 도입한 뒤 포괄신탁 활성화가 이뤄진 사례와 유사한 흐름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재신탁이 돼야 금융·부동산·보험 등 여러 분야에서 고객의 전 재산을 맡기는 포괄신탁 전문 운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진다.
또 동법 103조의 '열거주의' 규제가 제외되면서 보험금청구권신탁의 적용 범위가 기존 일반 사망보험을 넘어 다양한 보장성 보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 같은 법 112조의 '의결권 제한' 규제가 완화, 기업승계 과정에서 신탁제도의 실효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팀장은 "관리형신탁의 경우 현금은 '원금보장형, 예금으로만 운용'하고 위탁자의 처분 지시에 의해서만 재산 관리 보전 처분한다"며 "자본시장법 적용을 배제하고 신탁법 적용만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 위험이 없는 관리형 신탁은 자본시장법 적용을 최소화하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 범위를 간병·치매 보험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6일 서울 여의도 소재 보험연구원 콘퍼런스룸에서 '보험산업과 신탁'을 주제로 열린 산학세미나에서는 초고령사회를 맞이해 고령 자산관리방법인 관리형신탁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장선영 기자]](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4008_242527_5322.jpg)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김규동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 연구위원은 "신탁 가능한 재산의 범위를 확대하고, 재신탁이 허용되는 관리형신탁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신탁재산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김 팀장의 제언에 힘을 보탰다.
박민선 손해보험협회 팀장은 "현재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은 인가 사업으로 보험사는 겸영의 형태로만 신탁 수행이 가능하다"며 "보험사가 신탁업을 인가받는 데는 행정절차, 시간, 기회비용은 물론 인가 단위도 신탁유형별로 나눠져 있어 실효적 사업추진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토로했다.
박 팀장은 "게다가 손보사는 현재까지 단 두개의 회사만이 신탁업 인가를 받은 상황"이라며 "보험사 신탁업 진출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 신탁업 수행 경우에 한해 인가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나아가 보험업법상 부수업무로 전환하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