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경제대책 회의서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문제 지적
"금융소비자 부담 덜겠다"…시중은행 가산금리 인하 공약 부상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 예대금리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 예대금리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예대금리차를 주목하고 있다. 주요 경제부처 차관급과 실무자를 한데 모은 자리에서 은행권이 예대금리차 확대로 과도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개최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예대금리차가 해외보다 벌어져 있는 게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참석자들은 다소 놀랐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경제대책 회의인 만큼 채무 조정과 같은 통상 현안이 논의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 문제를 콕 집어 꺼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질문은 은행권의 과도한 대출금리로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면서 새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앞서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은행법 개정을 통한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가산금리를 손질해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금리 등을 산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를 말한다. 기준금리를 임의로 조정하기 어려운 만큼 가산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같은 기준금리 인하기에도 대출금리가 역주행하며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론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내려가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데, 지금은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의문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는 2%대로 내려앉았다.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 4월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가중평균 금리는 2.73%다.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1년 전 같은 기간(3.56%)과 비교하면 0.83%p 떨어졌다.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현재 2.50%에서 2.85% 수준이다. 반면 대출금리는 4%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 대출금리를 일방적으로 조정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위는 이 대통령의 질문에 "해외 금융사와 비교하면 예대금리가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가 해외와 비교해도 높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이 대통령이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은행 대출금리 산정 문제를 무게 있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대선 금융 공약을 정책화하는 작업이 본격화되면 은행권 협조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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