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정식 발효
미국 시장 비중 큰 한국 경제 '비상'
외국인 매도 행진
원·달러환율 1500원 목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X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4/223998_230082_4924.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 가운데 개별 상호관세 조치가 9일 오전 0시 1분(미국 동부 현지시간, 한국시간 9일 오후 1시 1분) 공식 발효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권한을 발동해 기본 관세 10%와 최대 50%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세가 공식 발효되면서 이 시점부터 미국 행정부가 특정한 57개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는 11~50%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는 일단 25%의 관세가 붙게 돼 미국 시장의 비중이 큰 한국은 비상이 걸렸다. 일본엔 24%가 부과되고, 유럽연합(EU)엔 20%, 인도엔 26%가 책정됐다. 미국 다국적 의류 기업의 주요 생산 거점인 베트남(46%), 캄보디아(49%), 방글라데시(37%) 등 아시아 국가에는 높은 세율이 부과됐다.
중국엔 당초 34% 상호 관세를 책정했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에 반발해 대폭 인상했다. 중국은 지난 4일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 34%를 부과해 보복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후 12시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관세를 50% 늘리겠다고 위협했고, 중국이 반응하지 않자 상호 관세 발효를 몇 시간 앞두고 84%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관세는 기존 20%에 더해 총 104%로 확대됐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불법 이민 및 마약 반입 문제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상품에 대해선 여전히 무(無)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한국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미국과 협상을 원하는 다른 많은 국가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역과 관세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주제를 제기하고 협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상호관세 부과가 발표된 직후 이틀간 뉴욕 증시는 10% 폭락해 시가총액이 6조 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국내 반도체주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낙폭이 확대된 가운데 삼성전자도 하락 전환했다. 이날 오후 1시 25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00원(0.37%) 내린 5만3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일 발표한 1분기 호실적 영향으로 상승 출발한 뒤 장 중 5만4300원까지 올랐으나 오후 1시 전후로 하락 전환했다. SK하이닉스도 낙폭을 확대해 5700원(3.36%) 내린 16만3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는 2300선 아래로 밀려났다. 현재 전 거래일보다 40.52포인트(1.74%) 내린 2293.92를 기록하고 있다. 지수는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전장 대비 4.24포인트(0.18%) 내린 2329.99로 출발한 뒤 2320선 인근에서 등락했으나 오후 들어 낙폭이 확대됐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23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23년 11월 1일(2,288.64)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378억원, 142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은 7879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66포인트(2.53%) 내린 641.88을 나타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1포인트(0.70%) 내린 653.84로 출발해 약세를 이어갔으며 마찬가지로 오후 들어 낙폭을 확대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8원 오른 1,484.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미·중 간 무역분쟁이 고조된 데 따른 위안화 약세가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4.48%까지 오르면서 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일주일 동안 58bp 상승했는데 이는 1981년 9월(86bp)과 12월(66bp) 이후 가장 큰 수준의 변동 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