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현직 대통령 헌정사 최초 구속 기소
尹 체포 후 국내 증시서 외국인들 '매수세'로 전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우리 경제에 가뭄 속 '단비'
외국인 5개월 연속 매도 멈춰…이달 1950억 순매수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12·3 비상계엄’ 54일 만에 구속 기소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오후 6시 55분경에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 최초로 지난 15일 체포됐고, 19일 구속 수감된 데 이어 내란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속 기소로 이 사건의 사법 처리 안정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로 인해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규명할 법원 재판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대통령직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을 뜻하며, 이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점이 우리 경제에 가뭄 속 단비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 외국인들이 본격 귀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와 증시를 짓누르고 있던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95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금을 빠르게 회수해온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돌변한 계기는 윤 대통령의 체포였다. 아울러 올해 초 1480원선을 돌파하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던 원·달러 환율도 연일 하락하며 1430원선대를 보이며 점차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2399.49로 장을 마감한 코스피는 올해 들어 2500선을 회복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식을 무섭게 팔아치우던 외국인이 포지션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까닭이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되기 위한 또 다른 조건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와 원·달러 환율을 중요 변수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처럼 임기 초반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면 외국인 수급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와 비교해 13.73포인트(p)(0.54%) 상승한 2533.78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14.20원 하락한 1437.50원을 나타내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와 비교해 13.73포인트(p)(0.54%) 상승한 2533.78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14.20원 하락한 1437.50원을 나타내고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의 시작이 나쁘지 않다"며 "국내 증시 매력이 높아지고 외국인 수급이 기대되는 환경"이라고 바라봤다. 유 연구원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의 빠른 반등은 어렵겠지만, 이미 부정적 요인들은 충분히 반영됐다"며 "공매도 금지는 가격 효율성 저하와 거래 회전율의 하락 요인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원인 중 하나였고, 공매도 재개가 이뤄진다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연초 이후 외국인 수급 모멘텀이 긍정적인 업종 중에서 주가 민감도가 높고, 펀더멘탈이 양호한 업종은 조선·방산·반도체"라며 "반도체는 외국인 수급 여력이 100%에 가까워 수급 부담이 적다"고 부연했다.

이어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을 떠나갔던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에 다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11월부터 미국과 영국의 순매도 규모는 줄었고, 12월부터 미국은 국내주식 순매수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이 귀환을 고심하고 있다"며 "기업의 주주친화 정책 강화와 정치 리스크 완화 가능성 등은 향후 외국인 귀환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당시 취임 이후 원·달러가 빠르게 안정됐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됐던 2019년에도 환율은 트럼프 취임 직전의 고점을 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이번에도 거의 똑같은 상황"이라며 "관세 이슈가 지속적으로 환율을 괴롭히겠지만 시장이 더 싫어하는 것은 무역전쟁보다 불확실성"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은 8.7배 수준이지만, 원·달러가 1400원이 되면 외국인이 느끼는 P/E는 8.4배까지 하락한다"며 "외국인 매도가 다소 진정되고 금리가 안정된다면 초대형주(반도체)+코스닥(중소형 성장주)의 조합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내부에서 25년 만에 외부로 이전한 소와 곰상. [한국거래소 제공]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내부에서 25년 만에 외부로 이전한 소와 곰상. [한국거래소 제공]

특히 연기금이 순매수를 지속하며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4일까지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1조6132억 원을 순매수해 금융투자(증권선물)·보험·투신 등 나머지 기관, 외국인, 개인 투자자를 통틀어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크다. 금융투자 창구에서 1조647억 원의 순매도가 발생한 것과는 상반된다.

연기금은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연속해 순매수세를 이어가며 코스피 하방을 받치고 있다. 특히 코스피가 약세를 보였던 이달 10일과 13일에는 2거래일 연속 25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이면서 ‘안전판’ 역할을 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특징적인데, 특히 연기금이 국내 증시를 꾸준하게 매수하고 있다"며 "장기 투자 성격을 가진 연기금은 한국 주식을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의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연기금은 한국 시장 비중을 더 이상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연기금의 매수세를 근거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올해 들어 연기금이 주로 사들인 종목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다. 삼성전자를 3514억 원, SK하이닉스를 2285억 원어치 순매수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1156억 원), LG에너지솔루션(1061억 원)가 뒤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934억 원), 두산에너빌리티(703억 원), 아모레퍼시픽(670억 원), 유한양행(537억 원), KB금융(491억 원) 등도 연기금의 눈에 들었다.

한편, 국내 증시는 30일까지 나흘간 휴장한다. 이 기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굵직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대 재료는 단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28~29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열리는 올해 첫 FOMC다.

시장의 중론은 연방기금금리(FFR, 4.25~4.50%)의 '동결'이다. 증시는 FOMC 직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발언에 더욱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지난 23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나는 즉각 금리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도 금리는 우리를 따라 내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는 30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마지막 거래일인 31일은 12월 연준이 인플레이션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와 1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가 예정돼 있다. 연준 최고의 '매파'로 꼽히는 미셸 보먼 이사의 발언도 나온다.

특히 이번 주에는 테슬라와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줄줄이 나온다. 매그니피센트7(M7) 가운데 4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다. 우선 28일에는 보잉과 제너럴모터스(GM), 스타벅스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 29일에는 테슬라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준비돼 있다. 30일에는 애플과 인텔, 비자, 마스터카드, UPS가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