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국민담화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민주당 "내일 한덕수 탄핵 표결"
김용현측 "김 전 장관, 한 총리에게 먼저 '계엄 건의' 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26일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보류 이유를 설명했는데, 무려 6개의 거부권(법률안 재의요구권)을 쓰며 적극적인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해 온 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지위를 놓고 아전인수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교롭게도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 측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이 사전에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에 보고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 건의' 절차를 밟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내란 공모 혐의를 받는 한 총리가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그동안 해당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 대부분은 계엄 사안을 알지 못했으며, 뒤늦게 참석한 회의에서 사실상 통보 방식으로 계엄 사실을 알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후 한 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며 "오늘 우리가 많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이 반드시 그런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고 또 보여줘야 한다고 저는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나라가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전념하되,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만약 불가피하게 이런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역시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헌재 결정 전에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았고 헌재 결정이 나온 뒤 임명했다"며 "법리 해석이 엇갈리고 분열과 갈등이 극심하지만 시간을 들여 사법적 판단을 기다릴만한 여유가 없을 때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한 대행의 인식이 아전인수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황교안 대행의 경우 헌재 파면 결정 후에 헌법재판관 임명을 한 것은 맞지만, 한 대행과 달리 거부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한을 입맛대로 취사선택해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국민참관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8138_223278_3716.jpg)
한 대행의 대국민담화에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 이하상 변호사는 이날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 전 장관이 사전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 건의'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 준비 사무는 국방부의 통상 사무"라며 "계엄 준비 과정을 내란 모의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고, 대통령이 언제 계엄을 결심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장관이 이를 대비하고 보좌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수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비상계엄을 건의해야 한다는 계엄법에 따라, 계엄 건의와 관련해 사전에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계엄 건의 시점은 명확히 지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권한대행임이 아니라 내란 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용현 전 장관이 비상계엄을 건의하기 전 한 권한대행에게 이를 사전에 보고했다고 한 변호인단의 주장을 언급하며 "한 총리는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주요 임무 종사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권한대행을 수행할 자격도,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없음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탄핵안에 명시된 탄핵소추 사유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 민주당은 탄핵안에서 "대통령에게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가 제한되는 헌법적 한계가 분명한데도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 행위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를 두고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 그 위헌·위법성을 알면서도 권한 없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선포를 도왔다"고 지적했다.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총리가 담화문을 통해 여당과 총리의 공동 국정 운영을 인정했다"며 "이는 법치국가, 권력분립 원칙 등 헌법 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를 두고는 "특검후보자 추천 의뢰는 대통령의 의무로, 재량의 여지 없이 이를 이행해야 한다"며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특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총리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주장에 대해 "한 대행은 이런 허위 사실을 주장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정당한 대응조치를 취할 방침임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대행은 이미 국회에서 여러 차례 증언한 바와 같이 지난 3일 오후 9시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직접 듣기 전까지 관련한 어떤 보고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