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행, 양곡 4법 등 6개 법안 첫 거부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 4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무려 20년 만이다. 국무총리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해 현재의 혼란을 일으킨 책임이 있는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엄청난 논란이 예상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무회의에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가격안정법 △농업재해 대책법 △농업재해 보험법 등 농업 4법과 △국회증언 감정법 △국회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올렸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 자세인지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이 법안들에 영향을 받는 많은 국민들과 기업, 관계부처의 의견도 어떠한 편견 없이 경청했고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6개 쟁점 법안에 관해 재의를 요구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한 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이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된 지 13일 만이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까지였다. 아울러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2004년 고건 전 총리 후 20년 만이다.
야당은 거센 반발을 예고했다.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거부권 행사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권한대행으로서 소극적 권한 행사에 그쳐야지 쟁점 법안 거부권 행사 등 적극적 권한 행사를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내란죄 일반특검법·김건희 특검법 즉각 수용·공포를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오늘 국무회의에서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 등 민생 개혁 법안 6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내란수괴 윤석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 4법은 최악의 쌀 값 폭락으로 절망에 빠진 농민을 살리자는 민생 법안"이라며 "국회법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강화·보장해 주는 것이며 국회 증언 감정법은 앞으로 진행될 12·3 내란 사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도 필요한 개혁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란죄 일반 특검법(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즉시 수용·공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란사태를 지속시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도 즉시 공포해야 한다. 만약 한 권한대행이 탄핵 민심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국정 안정'을 이유로 철회했지만 향후 특검법 거부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