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적 스탠스 강화…간밤 뉴욕 지수 강세 마감
원ㆍ달러 환율 1450원 돌파…비트코인 10만 달러 선 후퇴
국내 증시 전망 우려 제기…"다소 과도하게 경계감 반영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 연준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828_222863_3041.jpg)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매파적 스탠스 강화로 향후 경제전망과 금리 점도표 중간값이 조정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원ㆍ달러 환율도 장 초반 1450원을 돌파하며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경기침체'가 아닌 '경기둔화'를 대비하는 과정이며, 현재 낮아진 금리점도표 중간값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분기당 1회 정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강달러' 기조도 단순히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전망도 더해졌다.
19일 미 연준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이달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p) 낮은 4.25~4.50%로 조정하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3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셈이다.
FOMC 회의에서 클리블랜드 연은 베스 해맥 총재의 동결 소수의견으로 만장일치는 아니었으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인하에 대해 박빙의 결정이었지만 옳은 결정이었다고 발언했다. 이어 향후 추가 정책 조정 여부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가 높은 레벨에서 등락을 보이기 때문에 금리 전망치 역시 상향조정 됐다"며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의 주 요인은 강한 경제 성장세, 낮은 실업률, 그리고 내년에도 전망되는 높은 물가"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이달 경제전망 자료(SEP)를 통해 단기적인 전망을 큰 폭으로 수정했다. 경제성장률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5%로 큰 폭 상향하고, 내년도 전망치는 소폭 상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올해와 내년 근원 PCE물가 전망치를 각각 2.8%, 2.5%로 올렸다. PCE 물가 전망치도 각각 2.4%, 2.5%로 상향 조정하면서 물가 리스크에 불확실성을 재차 반영했다.
고용과 관련해서는 올해 실업률 전망치를 4.4%에서 4.2%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도 전망치도 4.4%에서 4.3%로 수정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고용시장의 빠른 냉각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점도표에서는 내년과 오는 2026년 금리전망 중간값을 각각 3.9%, 3.1%로 올렸다. 장기금리 전망치는 2.9%에서 3.0%로 올해 내내 상향 조정이 지속됐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이후 경제와 고용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고, 트럼프 신정부 정챙 불확실성이 내년에 인플레 리스크를 더욱 높일 우려가 있어 연준이 신중한 접근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또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내에서 미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지난달 FOMC에서 최근 물가가 예상보다 다소 높았지만, 물가가 연준의 예상 경로에 부합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파월의장의 발언이 무색해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 FOMC 기자회견에선 일부 FOMC 위원들이 '예상되는 트럼프 정책에 대한 예비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연준의 경제전망 조정과 금리 점도표 중간값 상향 조정 이후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이미지 [픽사베이]](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828_222867_3534.jpg)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지연 예고에 간밤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다우지수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8% 내린 42326.87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전 거래일보다 2.95%, 3.56% 하락했다.
최근 상승장을 주도한 대형 기술주들과 트럼프 트레이드의 일환으로 랠리를 이어오던 종목들의 하락폭도 컸다. △테슬라(-8.3%) △브로드컴(-6.9%) △마이크로소프트(-3.76%) △알파벳(-3.6%) △메타(-3.59%) 등 동반 약세를 보였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FOMC를 소화하며 미국 증시는 '트럼프 트레이드 과열 우려'와 '새로 부각되는 AI(인공지능) 관련 산업들' 사이에서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힘겨루기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종목과 부진한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은 격차는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증시가 제한된 박스권 내에서 횡보하는 흐름을 연출할 것"이라며 "시장이 기대한 산타 랠리는 투자자들의 고점 부담감이 해소되는 시점 이후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하루 만에 10만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9분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46% 떨어진 10만1214.9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에는 9만대선까지 내려앉으며, 파월 의장의 발언에 가격이 휘청였다. 앞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6일부터 3일 연속 신고가 랠리를 펼치며 기존 최고가였던 10만4000원을 뛰어 넘자 11만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연준 법이 우리가 무엇을 보유할 수 있는지 명시하고 있고, 우린 법률 변경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가질 수 없다"며 연준의 비트코인 보유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미 연준發(발) 충격으로 국내 증시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5% 떨어진 2435.93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4300억원, 기관이 5000억원 어치를 내다 팔며 지수의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 지수도 684.36에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보다 1.89% 감소했다.
특히,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향후 실적 우려감에 삼성전자(-3.28%), SK하이닉스(-4.63%) 등의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2.49%) △삼성바이오로직스(-2.24%) △현대차(-2.08%) △셀트리온(-3.41%) △신한지주(-2.30%) △POSCO홀딩스(-2.05%) 등 동반 하락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1450원선을 넘어선 것은 리먼사태로 촉발된 지난 2009년 3월 16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날 '금융안정ㆍ실물경제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자료를 내고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권의 유동성ㆍ자본적정성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단기적인 환율 급변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조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대내외 여건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는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며 "시중은행도 '부채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혁신적 자금지원 방식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업계에선 향후 국내 증시의 향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번 FOMC 쇼크로 미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였던 만큼 국내 증시도 하락 압력에 노출될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전부터 테슬라 등 M7과 같이 소수 종목을 중심으로 쏠림현상 집중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FOMC의 결정은 이 같은 쏠림현상 완화와 밸류에이션 상 숨고르기 조정의 빌미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미국 트럼프 당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이미 소외된 상태였다"며 "이달 국내 정국 혼란이라는 악재까지도 반영함에 따라 밸류에이션 상 역사적 하단 부근까지 내려왔다"고 부연했다.
한 연구원은 또 "1450원대가 오버슈팅 구간이라고 해도 빠른 레벨 다운이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나, 단순히 현재의 환율을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며 "올해 4분기 내내 여러 대내외 악재를 선반영함에 따라 밸류에이션 상 하방 경직성이 발생하는 구간에 돌입했다는 점과 고환율 구간에 머물러 있음에 따라 수출업체들에게 환율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시 주가의 진폭만 높아질 뿐 지수의 레벨 다운 압력은 제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에 대한 경계감이 시장에 다소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단기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달러 인덱스도 재차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점은 맞다"며 "다만, 향후 통화정책 조정에 있어 연준이 신중한 스탠스를 보일 것이라는 점과 전술한 통화정책 기대 조정 등을 감안하면 시장의 반응이 놀라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경기침체나 경기위축의 대응이 아닌 경기둔화를 대비하는 과정"이라며 "이달 12월 FOMC에서 조정된 통화정책 기대를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낮아진 금리점도표 중간값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분기당 1회 정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