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정기 검사 과정서 147억원 규모 금융사고 적발
차기 행장의 내부통제 강화ㆍ리딩뱅크 탈환 여부 주목
![KB금융그룹 건물 전경. [KB금융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307_222250_2836.jpg)
올해 들어 금융권에서 빈번한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조직변화와 인적쇄신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국민은행에서 차기 행장 내정자를 발표한 뒤 첫 대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하면서 KB국민은행장 후보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게다가 최근 정치 불확실성으로 흔들리는 금융시장으로 인해 금융당국까지 내부통제를 강조하면서 KB국민은행의 내년 '리딩뱅크(순이익 1위 은행)' 탈환 과제까지 이행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정기 검사 과정에서 KB국민은행에서 3건의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금융사고 금액은 업무상 배임 약 133억원, 사기 14억원 등 총 147억원이다.
업무상 배임 2건은 집합상가 분양 관련 대출에서 발생했으며, 사기 1건은 외부인에 의한 사기 피해로 상가 관련 대출 취급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관련 직원에 대해선 인사조치와 형사고소를 진행하고, 외부인에 대한 형사고소도 실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위해 여신 프로세스 개선과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임직원 대상 교육을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KB금융지주가 조직변화와 쇄신을 위해 낙점한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KB국민은행은 655억8470만원을 기록하며, 은행권에서 최다 금융사고 발생기관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KB국민은행의 회수율은 0.7%대에 그쳐 5대 시중은행 중 회수율이 가장 낮은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 속 차기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은행을 둘러싼 지금의 경영 환경은 매우 불확실하고 힘든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 때문에 기쁨보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엄중함이 저를 더 누르고 있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금융의 기본은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내부 통제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엄격한 윤리의식을 갖춰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에서조차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강조한 만큼 해당 과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치 불안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파생상품 등의 거액손실이나 금융사고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내부통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은행 완충자본 비율 규제와 유동성 비율 산출기준에 있어서 국가별 재량권 범위내에서 글로벌 규제수준과 비교해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차기 KB국민은행 내정자가 내부통제 강화와 호실적을 단행하며 '리딩뱅크' 타이틀도 탈환할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은 지난 2021년 누적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하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얻은 것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연도별로 KB국민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2022년 2조9960억원(3위) △2023년 3조2615억원(2위) △2024년 1분기 3895억원(4위) △2024년 2분기 1조5059억원(4위) △2024년 3분기 2조6179억원(3위)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는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신한은행이 1위를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확실성이 높아진 금융시장에서 금융사고 발생 여부가 고객 신뢰도에 큰 영향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 후보 앞에 놓인 과제들을 내년 상반기부터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1964년생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를 마쳤다. KB국민은행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역임했다. KB라이프생명 대표로 재임하면서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의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추천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내실있는 성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자본ㆍ비용효율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통해 일관된 기업ㆍ주주가치 제고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