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금융 마이데이터 브랜드평판 29위 기록…사실상 '꼴찌'
5대 시중은행장 중 가장 젊은 정 후보의 향후 경영 방향 주목
정치권 리스크로 주가 2% 하락…지주 긴급 임원회의 진행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브랜드평판 '꼴찌'를 기록한 우리은행에서 차기 은행장 후보로 선정된 정진완 후보가 조직 쇄신과 내부 통제를 강조한 것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두고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고, 계엄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앞날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선장의 혁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4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금융 마이데이터 브랜드평판 지수 16만5481로 30위 중 29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꼴찌'를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지난달 10월과 11월 브랜드평판 순위도 각각 27위, 24위로 집계되며 낮은 점수를 보였으나, 이달 더 하락한 것이다.

금융 마이데이터 브랜드평판지수는 참여지수, 미디어지수, 소통지수, 커뮤니티지수로 분석됐다. 이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습관이 브랜드 소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찾아내고 브랜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지표다.

이달 금융 마이데이터 브랜드평판 순위 10위권에는 △미래에셋증권 △신한카드 △현대카드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국민카 △IBK기업은행 △아이엠뱅크 순으로 들어섰다. 4대 시중은행(KB·하나·신한·우리은행) 중 우리은행만 10위권에 속하지 못한 셈이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과 관련한 문제들이 속출하자 고객들의 신뢰도가 점점 하락하면서 브랜드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은 현 회장(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현 행장(조병규 우리은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거래가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검사 과정에서 불법이나 비리가 발견되면 관용 없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 후보가 향후 격랑에 빠진 조직의 쇄신과 내부 통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이번 우리은행장 후보 중 가장 나이가 어리며, 현 조 행장(1965년생)을 비롯해 5대 시중은행장과 비교해도 가장 젊다.

우리금융지주가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올해 들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세대 교체와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후보는 지난 2일 우리은행 본점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조직원 성가 평가 방식 등에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우수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내부통제 업무 관련 과부하 걸리는 시간을 덜어내야 한다"며 "현재 우리은행의 상대평가 중심의 평가제고가 단기적이고, 절대평가를 향후 도입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업무 중심의 배치에서 고객 중심으로 배치를 바꾸고자 한다"며 "지금 힘들어하는 개인 사업자 등 기업 쪽으로 직원들이 받쳐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후보는 임종룡 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 그는 "임 회장의 금융 식견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라며 "대신 저는 영업을 30년 했는데, 한 분야에만 있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자문 등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

하지만 정 후보의 목표 앞에는 뿌연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다. 우선 현재 금융당국에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두고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해 비상 계엄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가까운 미래조차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임 회장을 주재로 본점에서 긴급 임원회의를 가졌으며, 우리은행도 조 행장을 주재로 임원회를 실시했다.

특히, 조 행장은 행원들에게 "현금에 대한 수요가 평소보다 많을 수 있으니 영업점별 시재 유동성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주시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ㆍ사고에 대한 점검도 철저히 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계엄 선포·해제로 인한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우리금융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2.79% 하락한 1만67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만637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환율 리스크까지 부각되면 상대적으로 외화자산이 많은 우리금융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대 밑으로 다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 역량 제고를 위해 CET1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표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는 원·달러 환율 10원이 오르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약 1~3bp(1bp=0.01%포인트) 하락한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표시 외화자산 증가와 관련 기업여신 증가 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은행지주(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중 CET1 비율이 13% 미만인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범위를 넓혀 전국 8개 은행지주(DGB, BNK, JB 포함) 중에서도 CET 비율이 12% 밑돈 곳은 DGB지주(11.77%)와 우리금융뿐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해결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소 진정됐으나, 누구도 향후 우리 경제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증권가에서도 금융시장 예측에 대해 엇갈린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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