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7%↓·포스코홀딩스 4.4%↓
쿠팡 개장 초 10% 가까이 급락하기도
MSCI코리아 ETF도 한때 7%까지 떨어져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주요 기업 주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큰 폭으로 출렁였다. 폭락세를 보였다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및 윤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언 이후 낙폭을 줄이는 등 요동을 쳤다. 앞으로도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쿠팡은 전장보다 3.74% 하락한 23.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쿠팡은 이날 계엄 선포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장중 9.8%까지 낙폭이 확대됐다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한 뒤 낙폭을 줄였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 증시에도 거래되고 있는 다른 국내 주요 기업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포스코홀딩스(-4.36%)가 4%대 하락했고 ▲KB금융(-1.60%) ▲SK텔레콤(-1.63%) ▲KT(-0.44%) ▲한국전력(-2.10%) ▲우리금융지주(-1.51%) ▲LG디스플레이(-1.76%) 등도 1∼2% 안팎으로 떨어졌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투자 상품도 장중 한때 7%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 기업들 위주로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인 '아이셰어즈(iShares) MSCI 코리아'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1.59% 약세로 장을 마쳤다. 한국 시장 대표 지수인 코스피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이 펀드는 계엄 선포 소식에 장중 7.1%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주식이나 투자 상품은 한국 증시 종료 이후에 거래돼 다음 날 한국 증시의 개장 초 방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들 주식이나 상품 주가는 달러화로 표시돼 원화 가치 변동이 가격에 함께 반영된다.

한국 시각으로 4일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 외환 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30분) 종가 대비 23.70원 급등한 142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오전 0시 20분 달러당 1442.0원까지 올라 2022년 10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계엄 해제에도 정국이 불안정해지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상계엄이 빠르게 해제됐고 환율이나 야간 선물시장이 바로 낙폭을 축소한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특히 국내 증시와 환율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국내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줄 수 있으며 이는 장 개시 이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 전략 총괄은 "한국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그에 따른 국회의 계엄령 해제 의결로 전통적인 도피처에서 안전을 도모했던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다만 전반적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평가했다.
구하 총괄은 "이번 혼란이 아직 글로벌 금융 시장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일본, 스위스로 안전 자산이 유입되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 공급망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