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에 각국 면밀히 주시…국내 금융ㆍ외환 시장 '흔들'
환율 약간의 안정세 회복…금융위ㆍ금감원, 시장안정조치 주목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 병력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며 "다만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 병력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뉴스1 제공]

간밤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과 국민의 거센 저항에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한국물이 일부 변동성을 보이면서 국내 금융ㆍ외환 시장까지 흔들렸다. 현재 계엄령 해제 이후 약간의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나, 금융사 발생 리스크는 아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4일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열고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는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약 2시간여만에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본회를 열어 계엄 요구안을 처리하고,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결의안이 가결됐다. 이후 윤 대통령이 오전 4시 30분경 국무회의에서 계엄해제안을 의결하면서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종료됐다.

당시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의 비상계엄령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우려를 표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군을 움직이는 것이 쿠데타나 다름 없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의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유럽권에서도 실시간 속보를 띄우며 이번 사태에 주목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도 "우려를 품은 채로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 외무부는 "한국의 계엄령 선포 뒤로 전개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지 당국 조언을 따르고 정치 시위를 피하라"고 언급했다.

미국 행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노예박물관 앞에서 미국과 앙골라 관계의 미래에 대한 연설을 진행한 후 취재진 질문에 "방금 브리핑을 받았다"고 답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계엄령이 한미 동맹을 수십 년 만에 무너트릴 수 있는 위기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NYT는 "한국의 계엄령이 바이든과 미국의 핵심 동맹을 시험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칭송하며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한 보루로 한국을 의지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기가 떨어지고 분열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우려와 달리 미국 국무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한미 동맹이 철통같이 굳건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해제한 것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미국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한국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왔다"며 "윤 대통령이 국회의 만장일치 해제 결의안 통과 이후 헌법에 따라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겠다는 발표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견이 평화적이고 법치에 따라 해결되기를 계속 기대한다"며 "대한민국 국민과 민주주의·법치라는 공동의 원칙에 기반한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에 막혀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관련 뉴스와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이날 9시5분 기준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36.48포인트(p)(1.46%) 하락한 2463.62, 코스닥은 전날 대비 8.49p(1.23%) 하락한 682.31를 가리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8.1원 오른 1419.0원에 출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에 막혀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관련 뉴스와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이러한 영향으로 금융·외환 시장에는 후폭풍이 불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주가와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시장의 유례없는 불안정한 상황에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안전자산 선호로 돌아선 탓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외환 시장에서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달러당 1402.9원을 기록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새벽 최고 1446.5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후 비상계엄령에 대한 해제안이 가결되고, 공식 해제까지 되자 원·달러 환율이 다소 진정되고 있다. 오전 11시 3분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18% 내린 1414.9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아직 1400원대를 유지하는 '강달러'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은행권의 리스크가 남아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자본적정성 비율이 떨어져서다. 이에 은행권도 현재 긴급 대책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가상화폐까지 급락하면서 일부 금융사의 환전 서비스도 중단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해외계좌 송금 보내기 서비스를 일시 중지했으며, 토스뱅크 '외환 사고팔기' 서비스도 이용자 폭증으로 먹통현상이 10시간 가까이 발생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자료 이미지. [금융위원회 제공]
김병환 금융위원장 자료 이미지. [금융위원회 제공]

이러한 영향으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사의 외환건전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그는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 위험 등에도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정상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증권유관기관들은 투자심리 안정 노력과 주가조작, 공시위반,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달라"며 "정책금융기관들은 서민, 소상공인,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력을 총동원해 자금공급에 적극적·탄력적으로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각종 금융사고나 해킹, 정보유출 등 보안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시스템을 체크해달라"며 "특히, 금융보안원에선 금융시스템에 보안 사각지대가 없도록 전 금융권의 전산 보안체계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에서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금융ㆍ외환시장 불안 요인에 필요한 시장안정조치가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긴급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각심을 갖고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춰 시장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업권별 외화자금 사정, 가상자산시장의 변동성 등을 점검해 관계기관과 신속히 공유ㆍ공조하는 한편,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수시로 여는 등 위기대응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계엄선포 직후 해외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이 일부 변동성을 보였지만, 이후 KB뉴욕지점에서 1억 달러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 3개월물을 가격변동없이 성공적으로 발행하는 등 시장 변동성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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