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이차전지주의 단기 주가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테슬라 밸류체인에 속해있어 주가 하방 지지 측면에서 유리하고, 유럽 수요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이차전지 종목 중 상대적으로 고객사 효과가 부각될 것이라고 추정됐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와 마찬가지로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 전기차 보급 속도를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가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준비 중이며, 감세 공약의 일환으로 트럼프 인수위는 EV 소비자 세액공제(IRA Section 30D) 폐지를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한국 이차전지 산업 성장 기대감을 불어넣어줬기 때문에 산업의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RA 조항 중에서도 국내 배터리 산업과 연관성이 짙은 부분은 Section 30D(친환경차 세액공제), 45X(첨단제조세액공제)이다.

해당 부분은 대통령 행정명령 등의 방법을 통해 지연, 축소,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과 연관성이 높은 소비자 세액 공제 등 IRA 세부 조항들에 대한 수혜 강도가 낮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 중이다.

아울러 친환경차 세제 혜택의 존폐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미 준공된 미국 공장의 가동률 하락에 따른 AMPC와 손익 악화 가능성도 관건이다. 내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AMPC 영업이익 기여도는 각각 86%, 47%이며, 세액공제 혜택(AMPC)이 폐지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는 셀 업체의 이익 추정치가 해당 수치만큼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이차전지 주요 업체 합산 시가총액 추이 그래프. [신영증권 제공]
이차전지 주요 업체 합산 시가총액 추이 그래프. [신영증권 제공]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IRA 변경 강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IRA 세제 혜택의 수혜를 입고 있는 자국 완성차 업체와 공화당 내에서의 이해 관계를 고려시 AMPC(45X)는 유지되고, 소비자 세액공제는 일부 기준 강화하며 혜택 대상 차종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예산조정절차 등의 방식을 통한 법안 변경, 혹은 법안 폐지를 위해서 상ㆍ하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IRA나 AMPC 폐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친환경차 세액공제의 경우 일부 항목의 수정을 통해 혜택 대상 차종 수를 감소하는 방식의 변경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방법, 변경 강도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나, 리스 차량의 소비자 세액 공제 인정 폐지(IRA 45W 조항에 따라 리스 판매 차량을 상업용 전기차에 포함시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 해외우려기관(FEOC) 해석 지침 강화 등 세액 공제 지급 요건 강화하는 방식이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우려국(중국 등)에 대한 공급망 배제 움직임을 더욱 강화한다면, 오히려 국내 업체에게 반사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5월 미국은 중국산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를 강화했으며, EV 100%, EV 배터리 25% 등 국가 안보와 에너지 정책 필수 품목들이 대상 항목으로 포함 됐다.

박 연구원은 "FEOC 관련 조항을 강화해 세액 공제 대상 차종 수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며 "큰 방향에서 중국 밸류체인 견제 의지가 확고하다면, 해당 경향성이 단기에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IRA 소비자 보조금은 배터리 부품 , 핵심 광물 두 가지 항목을 통해 보조금 지급 기준을 설정해 놓았다"며 "올해와 내년부터 우려해외법인을 통해 배터리 부품, 핵심 광물을 조달하는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내년 글로벌 EV 시장 전망 그래프. [신영증권 제공]
내년 글로벌 EV 시장 전망 그래프. [신영증권 제공]

이런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주요 전동화 계획의 일부 순연이 불가피하지만, IRA 혜택이 축소되더라도 자동차 산업 전동화 방향성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IRA 시행으로 EV 전환에 진전이 이뤄졌으며, 미국 EV 침투율이 △2021년 4% △2023년 10%으로 정책 효과가 이미 개별 기업 실적에 반영 중인 만큼 패러다임의 회귀에 대한 일부 저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GM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원가 구조 개선을 포함한 비용 절감 노력(향후 2년 EV 부문 20~40억 달러 비용 개선 효과 예상)과 IRA 세액 공제 혜택에 힘입어 전기차 부문이 손익 분기점에 근접함을 언급한 바 있다. 전년 대비 배터리 모듈 생산량이 10배 증가하며 고정비 부담이 완화됐으며, 배터리 팩 가격은 지난해 대비 60/KWh 달러 하락해 원가 구조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내년 유럽 시장 역시 주요 정책이 EV 판매 성장의 주안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내년 정책 변화에 힘입어 유럽의 EV 판매가 368만대로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 유럽 Co2 배출 규제 강화(기존 115g/km → 94g/km, CO2g당 95유로 벌금 부과), 독일의 폐차 보조금 도입 가능성 등 정책 환경에 대한 우호적인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탄소 배출 기준이 강화될 경우 OEM들은 순수 전기차 판매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라며 "내년 강화된 탄소배출 규제 충족을 위해서는 유럽 전체 신차 판매 중 BEV 비중은 19%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또 "내년 글로벌 EV(BEV+PHEV) 판매 약 1882만대로 전년 대비 17% 성장을 예상한다"며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전년 대비 22% 오른 1001GWh을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 직원들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 직원들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러한 영향으로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 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IRA 수정과 연비규제 완화 등)의 현실화 여부와 별개로 단기 이차전지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을 업종 최선호주로 꼽으며 "트럼프 수혜주로 평가받는 테슬라 밸류체인에 속해있어 업황 둔화 속 상대적으로 고객사 효과가 부각될 것"이라며 "주가 하방 지지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년 유럽 수요 개선 판매가 24% 증가하면서 최근 2년간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개선될 것"이라며 "국내 업체 중 저가 케미스트리에 대한 선제적인 수주로 업황 둔화 우려 속 다각화된 고객 제품 포트폴리오가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또 "LG 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배터리 판매가 전년 대비 101%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 연결 영업이익률은 10%로 회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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