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모멘텀 일시적 강세로 그친 듯...신한지주 약세로 투심 이탈
기업가치 제고방안 발표 천상영 CFO "주가 상승 여력 충분" 공염불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금융그룹 제공]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금융그룹 제공]

신한금융지주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추진으로 인한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결국 주가는 연일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28일 코스피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전 거래일보다 2.77% 내린 5만9700원으로 거래를 마친 신한금융은 이날 3.52% 내린 5만7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 5만69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밸류업 모멘텀이 사그라들자 부진한 비은행 부문 실적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쉽게 반등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은행 부문 실적은 올해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업황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912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캐피탈이 전년 동기 대비 14.4%와 43%씩 감소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보였고 신한라이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0.4%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우량자산 중심의 적정 성장 추구와 비은행·비이자 부문의 성장, 전사적 비용관리 노력을 바탕으로 연간 기준 견조한 재무 펀더멘털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CFO가 21일 신한금융 유튜브에서 개인 투자자 대상 밸류업 계획 설명회에 참석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CFO가 21일 신한금융 유튜브에서 개인 투자자 대상 밸류업 계획 설명회에 참석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그러나 막상 신한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내놓을 구체적인 대안을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아직 밸류업에 대한 참여 기업이 부진한데다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기업 중 75%가 금융업권으로 쏠려있기 때문에 밸류업 모멘텀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 참여율이 부진할수록 밸류업 지수 발표, 밸류업 상장지수펀드 운용,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 등 후속 과정에서 투심이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밸류업 공시를 한 상장사는 총 19개사로 집계되는데 이중 예고공시를 뺀 순수 밸류업 진행계획을 밝힌 상장사는 8개사에 불과하다. 심지어 8개사 중 DB하이텍과 콜마홀딩스를 제외하면 모두 금융업권으로 구성됐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업 밸류업의 핵심적인 성공 요인은 시장 참여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라며 "다른 상장 기업들도 참여의 흐름에 동참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밸류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김 위원장은 세재 지원 혜택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주주환원 확대 기업은 주주 환원 증가 금액(직전 3년 평균 대비 5% 초과 증가분)의 5%를 법인세에서 세액 공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직전 3년 대비 주주 환원 증가분에 비례해 배당소득을 14%에서 9%로 저율 분리과세하고,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해 기업 대상 기업 상속 공제 한도를 2배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따라서 신한금융이 앞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을 회복하고 추가적인 주가 상승세를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 현판.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 현판. [금융위원회 제공]

한편 신한금융은 금융권에서는 처음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하고 CEO 주주서신과 IR 일정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UI를 개선했다. 개인 투자자와의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21일에는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까지 내놓으면서 호평을 받았다. 오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 자사주 5000만주 감축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국내 금융사 최초로 도입한 ROTCE는 그룹 자본에서 영업권 등 무형자산을 뺀 유형 자기자본을 활용해 실질적 자본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주목받는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재무부문장·부사장)는 "업계 최초로 분기 균등배당을 실시하고 분기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계속 이행해온 사례가 신한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차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주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유연성을 갖고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부사장은 또 "현재 금융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과 앞서 밸류업 정책을 먼저 추진한 일본 사례를 봤을 때 현재보다 주가 상승 여력이 아직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배당수익률뿐만 아니라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당 가치 상승까지 포함하면 매력적인 투자수익률이 예상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곧바로 신한금융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0.68%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고 지난 26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2.33% 상승 마감하며 7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자료 이미지 [금융위원회 제공]
김병환 금융위원장 자료 이미지 [금융위원회 제공]

앞서 신한금융 주가 강세는 밸류업 공시로 기업이 먼저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방안을 주주들에게 알려 투자심리를 일시 상승시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밸류업 계획을 밝힌 직후 △우리금융 12.21% △신한금융 10.09% △메리츠금융지주 11.9% 상승 등 국내 증시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이번 밸류업 공시 효과로 지속적으로 거론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를 잠재운 바 있다. 이는 2019년과 2020년 신한금융이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1조9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도 상응하는 성과가 안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 부상한 오버행 우려는 지난해 5월 유상증자 당시 발행한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부담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무리 자율공시라고 해도 가능성이 낮은 수치를 구체적으로 공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 주주환원 계획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또 "주주환원 기대감은 어피니티 잔여지분 994만주(약 1.8%)와 IMM PE 1748만주(약 3.4%) 등 그동안 주가를 짓눌렀던 오버행 우려를 일거에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한금융을 포함해 밸류업 공시를 내놓은 금융주들은 보합권에서 횡보세를 반복하고 있다. 분기배당락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주초반 약세, 주후반 이후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또 지난 26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던 신한금융도 연일 하락하고 있는 만큼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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